우리의 과거 수준은 항상 과대평가되었으며, 우리의 문제개선과 변화 속도는 항상 과소평가되었다고 생각한다. http://imnews.imbc.com/20dbnews/history/1997/1768738_19482.html "1997년"에 보도된 기사다. 기사의 마무리를 읽어보시길. 이게 20년 전 한국의 모습이다. 


흑산도에서 끔찍한 범죄가 일어나서 염전노예에 이어 또 화제가 되고있다. 신안드레아스 드립 등 해당 지역에 대한 얘기도 많이 나오고, 지역드립 치지 말라는 얘기도 반대편에선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특수성과 전근대에 머무른 정체현상이 실체가 있기 때문에 성급한 일반화라는 소리도 못하겠다.


섬이 그렇다. 친구가 친척이고 친척이 처가가 된다. 내또래 춘천 진주 원주 순천 등 25만-30만 되는 중소도시에서 살아온(나름 도에서 상위 위계에 속하는 도시인데도) 자들이 상경해서 만나서 서울이 좋은 점에 대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거긴 두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이라 답답하다'이다. 중소도시도 그러한데 군면 단위는 말할것도 없다. 그런데 거기에 섬을 끼얹으면?


밀양에서 일어난 사건 피해자는 밀양의 지역주민들에게 지역 이미지를 떨어뜨렸다고 온갖 욕을 먹었고 그들은 매장시도도 했다. 그것도 2004년 일이다. 밀양은 KTX도 다니는 동네다. 도가니의 배경이 된 광주의 일도 그렇고, 결국 일반화를 하려면 지방 전체를 일반화해야할 것이다.


한편 서울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났으면 지역드립이 나왓을까? 란 반문이 있다. 나름 일리가 없는건 아니다. 서울이 그랬으면 지역드립보단 헬조선 드립이 나왔겠지. 그런데 사건이 있고선 조직적 은폐가 적극적으로 발생하고, 그것이 굉장히 우발적이거나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일상적인 수준에서 약간 더 나아간게 아닌가 의심될수 있는 경우라면 그 지역의 특수한 문제라고 생각해도 할말없다.


그럼 서울이나 대도시는 그런 사건이 없었나? 있었을 것이다. 다만 과거에. 산업화 시대에 서울로 수도권으로 떠난 이들은 그들의 과거를 잊고, 그들의 자녀가 모르게 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그들은 헬조선의 현재를 구성하는 서울을 기준으로 하여 살아간다. 그러니 이게 얼마나 끔찍한 일이겠는지. 미개하다고 난리치는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럼 왜 지금 서울은 이런데 지방은 이러냐는 우문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서울이나 지방이나 거기서 거기였던 시절이었다. 30년 40년간 한쪽은 몰빵의 기운으로 앞으로 내달려 세계적인 세계도시가 된 것이고, 한쪽은 계속 정체되었다. 수백년간 태생이 문명이었고 태생이 미개한 것이 아니다. 지역간 인식문화의 차이가 가시적으로 보이는게 100년은 된거라면 모르겠는데 고작 한세대만에 빠르게 근대화하면서 벌어진 차이로 나타난 것을, 그 변화와 차이의 주역이면서도 자랑스럽게 잊은 자들의 자녀들이 준엄하게 성토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수십년간 변하지 않은 것, 그들의 책임 맞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살고 있는 터전도 바로 그수준에서 변한 곳이다. 그리고 그 변함의 공이 오롯이 여러분이 살고 있는 지역의 앞세대가 태생적으로 잘나서인 것도 아니다. 


나도 마음같아서는 저기 다 소개령 내리고 육지로 이주시켜 찢어버렸으면 좋겠다. 그들이 가지고 있을 텃세와 같은 사회적 자본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고양시 행신동 옆에 능곡 화전이라고 있다. 행신동이 1세대 신도시로 개발되기 전부터 산 여기 사람들, 생각하는거나 말하는거 보면 무안 사람들이랑 다를바가 없지만, 그런 시골스러움이 잘 감춰진 형태로 살고 있다. 또 신안 출생이지만 육지에 터를 잡은 사람들도 잘 살고 있다. 개발이라는게 그렇고, 섬의 특수성이라는게 그렇다.


그동네가 문제인것 아니냐는 얘기에 전라도 욕하는 걸로 발전할 가능성을 우려해 일반화하지 말것을 요구하는 이들도 있지만 난 그동네의 문제 맞다고 생각한다. 내가 들은게 있고 본게 있다. 그사람들이 어떻게 결혼했고 누가 누구와 무슨 관계인지 같은 구조들. 네가 뭘 아냐고 물으면 아버지 고향을 대겠다. 그리고 섬의 문제를 넘어 더 나아가면 정체된 지방의 문제라고도 생각한다. 그럼 또 니가 목포사람이니 경상도 밀양을 끌어들여 물타기 하는게 아니냐고 의심할 수도 있다. 그러면 난 어머니 고향을 대겠다.


다시 돌아가, 2010년대 서울이 기준이라는게 어떤 측면에서는 가혹할수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 근래 들어 발견되는 일에 대한 순수한 경악이, 그 순수함이 난 껄끄럽다. 자신들의 과거를 모르는듯 아예 없었다는 듯 생각하는 대도시 기성세대의 순수함이 껄그럽고, 같은 나라이지만 이렇게나 차이가 날수 있고 차이가 있다는걸 상상조차 못하는 청년층의 순수함이 껄그럽다. 이 이야기의 결말은 절대 지금 서울 수준 이대로 만족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현실성의 문제이고 과거를 기억하는 문제를 얘기할 뿐이다.


Posted by 어웅 트랙백 0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