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이지만, 정치적 올바름을 잘 갖추고자 노력하신 이과 전공자분들 중에 "여성혐오가 존재하는건 사실이고 - 메갈/워마드/트위터 페미니스트 걔네 말이 틀린말은 아니지 않느냐"는 로직으로 간단하게 결론내고 자꾸 흡수-재생산하고 한남 같은 단어도 헬조선처럼 자조적으로 직접 쓰시는 남자분들이 꽤 있던데 참 보기 힘들었다고 지인에게 토로한 적이 있다.


솔직히 이 의구심이 지금도 별로 사라지진 않았다. 내 주변에도 이공계가 더 이런다. 엊그제 "지금 박근혜-최순실 욕하는 주장 99%가 여자라서 욕하는 거 아니냐"는 개소리를 페이스북 '헬조선 번역기' 페이지가 어그로로 취급했더니, '바람계곡의 페미니즘' 페이지가 또 나서서 99%라는 표현은 쏙 빼놓고 언급하지 않고 "암탉 드립등 여자라서 욕하는 표현이 있는건 사실 아니냐" 루트로 단일결론 내놓고는 '헬조선 번역기' 페이지 운영자를 '진보ㅆㅊ'이다는 식으로 폭격중이더라. 


그리고 그걸 이공계 친구가 공유해놨길래 짜증이 나서... 아, 어쩌면 얘네가 인문사회과학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에 문제가 있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인문사회과학은 인간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통계수치로만 들이대선 안되겠고 수많은 것중에 예외적 하나에 불과한 케이스도 당사자에겐 전체의 문제로 다가오는 것이니까 그 자체로 특수성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할수도 있다. 그런 서사의 역할을 하는 쪽이 사회과학과 대비되는 인문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반대로 인문과학이 과학이 되기 위해서는 과학적 방법론에 의해 어느정도의 보편성을 갖추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근데 이분들은 자기들은 그렇게 과학적 방법론으로 공부해놓은 주제에 인문학 전공자들이 뇌내망상해서 그걸 막 일반화해서 팩트로 만들고 있는 것들을 방관하거나 문제의식을 못느낀다. 사회과학 전공자들이 시비걸면 (실수한 뇌내망상자들이 말하는 것과 똑같이) 너도 한남충이지 오타쿠지 정도로 결론내기 일쑤고. 그래서 이제는 그자들이 "문과는 이래야한다"는 오리엔탈리즘의 사고방식이 있는게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다. 뇌내망상 서사가 인문과학의 본질이라 여기는 것인지 그런 개소리에는 존경과 지지를 보내고, 직관이나 내뇌망상에 의존하지 않고 통계나 자료에 근거하려는 시도가 보이면 욕한다. 어? 기준 정해놓고 자기한테 맞으면 지지하고 벗어나면 욕하고... 이거 어디서 본 개념 설명 아닌가? 바로 그자들이 그렇게 평소에 부르짖던 미소지니의 원리다. 


좀 짜증이 난다. 소위 개발자라는 사람들, 탈조선이 쉬운 이공계 엘리트에 속한 사람들이 이런 함정에 너무 얽혀드는걸 보면서.


Posted by 어웅 트랙백 0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