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에 레포트로 제출한 글이다. 그당시에 심취했던 글쓰기 방식이나 글쓰기 습관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재미있다. 일반적인 레포트에 맞지 않는 문체지만 '편하고 쉬운 글쓰기'에 집착했었던 시기라 일부러 이 문체를 고집했었던 기억이 난다.




한국 자영업의 완전경쟁시장적 요소들 


1. 문제제기와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지난해 3박 4일로 일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생애 첫 해외여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경험, 도쿄를 며칠 돌아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약간은 엉뚱하게도 식당이 늦은 오후에 잠시 문을 닫는다는 점이었습니다. 한국의 김밥천국이라고 할 수 있는 '요시노야'같은 덮밥체인이나 '맥도날드'를 비롯한 패스트푸드점은 24시간 영업을 했지만, 그 외에 일반적인 식당들은 점심시간과 저녁시간 사이에 준비시간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11시부터 3시, 그리고 5시부터 8시까지 영업하는 식이었습니다. 한국의 식당들이 얼마나 힘들게 영업하고 있는지 비교하며 느끼면서, 일본의 식당들에 비해 그다지 벌이가 좋아보이지도 않았다는 점이 계속 걸렸습니다.


보통 고등학교 경제에서 시장의 종류를 가르칠 때, 완전경쟁시장의 예로는 증권거래소나 용산전자상가를 듭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영세자영업의 대부분이 완전경쟁시장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요식업(식당업)을 비롯한 점포사업이 가장 눈에 잘 보이는 예가 아닌가 싶습니다. 때문에 완전경쟁시장의 개념이 얼마나 현실에서 관찰되고 부합되는지를 다루면서 그 효과가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도 언급하고자 합니다.



2. 완전경쟁시장의 조건


완전경쟁시장의 가장 대표적인 조건으로 수많은 공급자와 수요자를 들 수 있습니다. 한국의 자영업은 그 경쟁이 치열합니다. 통계에 따르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택시 대당 인구수는 서울 143명, 도쿄 230명, 런던 345명, 뉴욕 657명으로, 음식점 업소당 인구수(2004년)는 한국 79명, 일본 140명, 미국 416명으로 우리나라 자영업자가 현저히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 블록마다 이동통신 대리점이 보이는 것이나, 고만고만한 음식점들이 수없이 늘어서 있는 풍경이 편견이 아닌 객관적인 상황임이 증명된 것입니다.


완전경쟁시장의 다음 조건은 제품의 동질성입니다. 이 부분에서도 한국의 음식점 사업을 경험적으로 떠올려보면 무리 없이 적용이 가능합니다. 가 분식점의 라면(우동)과 나 분식점의 라면(우동), A반점의 짜장면과 B반점의 짜장면, 분식집에서 파는 물냉면과 삼겹살집에서 파는 물냉면, 청진동해장국 체인의 선지국과 양평해장국의 선지국, 서초구에서 파는 3개 천 원 하는 붕어빵과 관악구에서 파는 4개 천 원 하는 붕어빵, 심지어는 바로 옆에 늘어서 있는 노점상의 어묵들도 그 맛의 차이를 쉽게 구분할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는 자원의 완전한 이동성, 자유로운 시장의 진입과 탈퇴 여부입니다.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서 필요한 자격요건이나 진입장벽이 높지 않거나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도 현재의 상황에 대입 가능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서 은퇴하고 나면 퇴직금으로 장사나 해야지’ 하고 생각합니다. 기술적인(노하우)의 진입장벽이 거의 없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집니다.



3. 완전경쟁시장의 특징


그렇다면 다른 시장(독점적 경쟁시장, 과점시장, 독점시장)과 차별되게 두드러지는 완전경쟁시장의 특징은 어떤 것인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이 실제로 한국의 자영업 시장에서 나타나는 지도 살펴보겠습니다.


첫째로 완전경쟁시장에서는 공급자는 낮은 가격지배력을 가지게 됩니다. 앞에서 언급한 완전경쟁시장의 조건 중 수많은 공급자와 동질적인 제품으로 인해 나타나는 특징입니다. 공급자 입장에서 가격지배력을 가지려면 제품차별화 등으로 가격 이외의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데 동질적인 제품으로 승부하기 때문에 쉽사리 가격을 올리지 못합니다. 실제로 가격을 올리더라도 물가상승으로 인한 제품원가의 상승 또는 인건비 등의 비용 상승으로 인해 할 수 없이 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공급자가 가격지배력을 가지는 요소가 없기 때문에 공급자는 가격결정력이 없고 제품가격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결정됩니다.


둘째로는 낮은 진입장벽입니다. 앞서 완전경쟁시장의 조건 중 세 번째로 언급한 시장의 자유로운 진입/탈퇴와 관련된 특징입니다. 실제로 어떤 노하우나 기술, 독창적인 맛을 공급자도 수요자도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좀 더 싼 가격과 많은 양, 혹은 접근성(이른바 목 좋은 곳)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4. 완전경쟁시장의 효과(결과)


이러한 완전경쟁시장이 형성될 경우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몇 가지 이론적 측면과 실제 현상을 비교하면서 다루어 보겠습니다.


먼저 완전경쟁시장이 지속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생산자가 이윤을 얻을 수도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생산자가 이윤을 얻을 수 없다는 장기무이윤가설이 있습니다. 완전경쟁시장에서의 장기적 균형은 소비자입장에서는 MB(소비의 편익)=P(상품가격), 생산자입장에서는 MR(제품을 1단위 추가생산할때의 수익)=MC(제품을 1단위 추가생산할때의 비용)입니다. 이것을 시장 전체 차원에서 종합하면 MB=P=MR=MC이므로 P(MR)=MC, 즉 장기적으로 생산자는 제품생산의 수익과 비용이 일치하는 가격에서 제품을 공급하게 되므로 무이윤에 도달하게 됩니다. 여기서 이윤이라는 것은 단순한 매출과 원가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닌 기회비용을 추가한 개념입니다. 그러므로 경제적으로 이윤이 없다는 것은 현상유지는 가능할 정도의 사업으로 자본 축적은 불가능함을 뜻합니다. 한마디로 겨우겨우 벌어 먹으며 가게를 유지할 정도의 사업이라는 뜻입니다.


둘째로는 생산자가 벌어들인 생산자 잉여가 실질적으로는 제품의 생산자가 아닌 요소공급자(토지나 자본을 공급하는 자)에게 넘어가는 효과입니다. 완전경쟁시장이라 할지라도 단기간에는 이윤창출이 가능한데 그것은 생산자의 능력(효율성)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상품을 생산하는데도 어떤 생산자는 더 효율적으로(낮은 가격으로) 생산이 가능하여 이윤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완전경쟁시장에선 시장으로의 진입과 탈퇴가 자유롭고 진입장벽이 낮습니다. 때문에 단기적으로 이윤을 얻는 산업부문에서는 후발주자들의 잇따른 진입으로 보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때 치열한 경쟁 및 요소(토지 및 상가공간, 설비)의 수요증가로 인한 비용 상승(임대료 상승)으로 결국 단기적으로는 이윤을 얻던 생산자도 장기적으로는 무이윤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때 단기적으로 존재했던 이윤(생산자 잉여)은 상승한 지대(임대료)로 요소공급자에게 넘어간다는 것입니다.


이런 구도는 실제로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씨가 A음식에 대해 탁월한 가격경쟁력 또는 양질의 맛으로 성공(이윤창출에 성공)했다고 가정하면 곧 맛집이나 창업성공사례를 다투는 TV프로그램에 소개됩니다. 이때 김씨가 체인점을 모집할 경우 뒤늦게 뛰어든 후발주자(체인점) 이씨는 김씨와 달리 본사에 지불하는 로열티로 인해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본사에 못 미치는 기술수준으로 인해 효율성도 떨어집니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생산자잉여는 요소공급자(설비와 노하우를 전수한 본사 김씨와 상가건물 임대해준 건물주 최씨)에 귀속되게 됩니다.


또는 김씨가 프랜차이즈를 시작하지 않아도 'A음식장사가 요새 잘나간다'는 소문이 돌고 너도나도 A음식점 업종을 변경하게 됩니다. 박씨와 정씨 등 후발주자들의 출혈경쟁으로 인해 결국 김씨를 포함한 대부분의 A음식점들은 무이윤에 도달할 것입니다. 이럴 경우 역시 이윤의 대부분은 요소공급자(점포 임대인)에게 귀속되는 것입니다.




5. 맺는 글


최근 고용 없는 성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다보니 너무 많은 이들이 점포 형식의 자영업에 종사하게 됩니다. 이들이 특별한 기술경쟁력없이 가격경쟁력으로만 승부하다보니, 정작 노동한 사람은 마땅한 이윤을 얻지 못하고 부동산 임대인에게 그 소산이 고스란히 넘어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원인을 한 개인의 게으름이나 무능함으로 돌리기는 힘듭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세제 혜택이나 창업 지원금 같은 일시적인 대책보다는, 구조적 차원에서 완전경쟁적 요소를 제거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 금전적 지원이 아닌 제품(서비스)의 다양화, 차별화가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자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많은 정치인들이나 관료들이 사업체에 고용된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 크게 두 범주로 나누어서 민생 관련 공약을 제시하거나 정책을 시행합니다. 그러나 많은 자영업자들이 고용이 이루어진다면 임금노동을 하겠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자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은 것 또한 적은 고용의 문제로 귀착됩니다. 따라서 고용문제와 자영업, 두 영역의 문제는 분리해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최고수준의 노동시간을 통해 성장한 기업들이 더 이상의 새로운 고용창출에는 무관심한 현실, 자영업자보다는 부동산 임대업자들이 돈을 버는 현실에서 순수한 노동의 가치는 유명무실하고 더 이상 정당한 수단으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자조적인 인식, 전사회적 아노미 현상이 확산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사회 구조를 이루는 공정한 규칙에 대해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문헌

- 「있는 그대로, 대한민국」대통령비서실 편저, 2007

- 「미시경제학」이준구, 법문사, 2009

Posted by 어웅 트랙백 0 : 댓글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