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마트폰 사용도 늦게 한 편이지만(아이폰4s 직전이 롤리팝1) 카카오톡이란것도 그닥 좋아하질 않았다.근데 난 원래 전화보단 문자를 압도적으로 좋아했을 정도로 문자광이었다. 중3때부터 노룩 한손으로 문자질 스킬이 극에 달해 디스플레이 구현속도가 내 타자속도를 따라오지 못해 버튼 조작을 다 끝내놓고 가만히 보면 마지막 문장이 타자기처럼 척척 써지고 알아서 전송확인 메시지(이 메시지를 보낸 편지함에 저장합니까가) 뜨고 알아서 아니오로 간 뒤 지정된 번호로 전송되는걸 여유있게 확인할수 있었을 정도로. 아무튼 sms/mms에 비해 카톡은 괜히 싫었다. 왜지? 컴퓨터로는 신나게 msn을 갈겨대어 몇백 기가의 대화내용을 하드에 남겨놨던 내가 왜 카톡은 싫지? 그건 상대방이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알려주는 '망할 숫자' 때문이다.

그 숫자는, 나에게 가장 필요한 여유를 앗아갔다. 전화가 싫은 이유는 할말이 없으면 생기는 그 침묵이 싫었기 때문이고, 그 침묵을 없애기 위해 아무말이나 하는 내가 싫었기 때문이다.

문자는, 한번 툭 건드리고, 생각할 시간을 주고, 적절한 대답이 생각나면 툭 건드리며 톡톡 튀는 느낌을 줄수가 있었고, 임기응변이 약한 내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근데 요즘은 읽씹이라고, 상대가 읽었는데도 답장을 안하면 그게 그렇게 화가 난다는 사람들이 많다. 마치 대면으로 대화를 하거나, 전화로 대화를 하는데 내가 말을 했는데도 무시당한것 같다는 느낌을 카톡에서 받는 모양이다.

나는 이해가 안된다. 그 사람이 마땅히 답할 내용이 즉시 생각나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뭐라 보내지 하다가 잊어버릴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카카오톡이라는 것은 sms보다 훨씬 1:1관계의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구조로 되어있다는 것이고, 스마트폰도 그러하다. 이것저것 멀티태스킹을 하다보면 정신이 없는 것이다.

나는 읽씹에 집착할 정도로 분노하는 사람들에게 반대로 짜증이 난다. 상대방이 내 존재를 새발의 피로도 보지 않은것 같아 화가 난다고? 모든 이들이 사용하는 어플 가지고 몇마디 던져놓은 걸로 얼굴 마주보거나 전화통화를 하는 수준의 대화시도를 했다고 생각하는 주제에? 

문자로 고백하거나 헤어짐 통보를 하는 것이 최악이라는 것은 알면서, 고작 카톡 보낸거 씹혔다고 그리 화를 내는 당신을 보면서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타인과의 교류에서의 진지함의 무게'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Posted by 어웅 트랙백 0 : 댓글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