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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8.28 한글의 탄생
  2. 2015.08.19 화해와 내셔널리즘
  3. 2015.08.19 고백
  4. 2015.07.03 표백
  5. 2015.07.01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6. 2015.07.01 비이성의 세계사
  7. 2015.02.25 신 없는 사회
  8. 2013.10.01 자유의 감옥
  9. 2013.08.08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10. 2013.07.29 김대중 자서전

한글의 탄생

2015.08.28 21:36 from 책/짧은 리뷰





한글의 탄생

저자
노마 히데키 지음
출판사
돌베개 | 2011-10-09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우리는 '한글'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매일매일 한글에 둘러싸여...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한글의 탄생>, 노마 히데키 지음, 김진아·김기연·박수진 옮김, 돌베개, 2011



비교언어학적으로 한글이 가지고 있는 속성을 분석하고, 한글이 만들어진 시대적 배경과 당시 문헌을 통해 고안자들이 어떠한 고민을 했는지, 그 고민을 어떻게 형상화했는지 밝혀낸다. 미술을 하던 이력이 있는 저자답게 딱딱하게 언어학만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그 느낌과 질감까지도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의 원문인 일본어가 정말 유려하다고 하던데, 능력이 된다면 원판인 일본어판도 구해보고 싶다. 언어학적인 지식은 없지만 대강 무슨 소리인가는 알아먹을 수 있고, 상대적으로 국문법에 대해 좀 안다고 생각했고 일본어와의 비교를 통한 서술도 재미있기 때문에 책을 읽는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별 생각없이 따라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아니 한글이 이렇게 대단하다니 싶다. 거기에 최만리 등의 반대론에 대해서도 단순히 정치적/민족주의적 접근이 아니라 글자와 글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것임을 전제로 한 '글쓰기 세계'의 지적 차원에서 일리있음을 밝혔다. 세종이 맞선 것은 당대 중국과 대신들이 아닌 동아시아의 지성의 역사 그 자체였다고 선언하고 새로 만든 글자로 글쓰기를 <용비어천가> 등으로 실현해냄을 보여주는 클라이막스에서는 저자의 묘한 흥분과 감동까지 전해진다.


미술 작가로서 활동하다가 한국어를 독학(!)하고 나이 서른에 다시 학부생으로 들어가 한국어학 전공자가 된 저자의 뜨거운 이력과 한글에 담긴 열정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멋진 책이다.


+) 자음 소리와 모음 소리를 구분하는 예시에서 '노마'와 함께 사진으로 한국의 노마캔디가 같이 있는 부분이 있었다. 그땐 그러려니 했는데 방금 저자의 이름이 노마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책이 이렇게 재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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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와 내셔널리즘

저자
와카미야 요시부미 지음
출판사
나남 | 2007-11-23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일본의 화해와 내셔널리즘을 살펴보는 책. 일본정치가 아시아와의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화해와 내셔널리즘>, 와카미야 요시부미 지음, 김충식 옮김, 나남, 2007


아사히신문 논설주간인 저자가 30여년간 정치인들을 겪으면서 일본정계의 아시아문제에 대해 적은 책이다. 일본의 정치인들에 대해 익숙치 않은 나로선 이 책에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형형색색의 등장인물들이 마치 삼국지를 처음 접하는 느낌이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은 일본의 정치인들은 대체로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알고 있다. 그러나 국내정치 차원에서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갈지자 행보를 보이게 되는 것이다. 정도인 것 같다.


이를테면 

1) 65년 시나 외상 방한 '반성' 성명 / 66년 건국기념일 지정 

2) 84년의 쇼와천황의 유감 표명 / 85년 나카소네 수상 815 야스쿠니 참배 

3) 95년 무라야마 수상 815 담화 사죄 / 96년 하시모토 수상 야스쿠니 참배 

4) 98년 김대중 대통령 방일, 장쩌민 주석 방일 / 99년 국기 국가법 제정 


이렇게 앞에서 일보 전진하면 뒤에서 일보 후퇴하는 일들이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뻔하게 반복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일본 정치인에 대한 책은 이 책의 저자가 극렬 비판한 나카소네 전 수상의 책 한권이 전부인데, 이 책을 계기로 다른 일본정치를 다룬 책도 조금은 이해하면서 읽을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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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2015.08.19 16:33 from 책/짧은 리뷰




고백

저자
미나토 가나에 지음
출판사
비채 | 2009-10-13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열세 살 살인자, 그보다 더 어린 희생자… 충격적인 범죄와 복수...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고백>,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비채, 2009


영화로도 알려져 있었지만 영화도 소설도 몇번이나 시도했다가 도중에 때려쳤다가, 요번에 방구석에서 굴러다니는걸 보고 읽게 되었다.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항상 막혔던 1장을 넘기고 나니 그다음부터는 수월하게 읽혔다.


동명의 영화 소개로도 이미 대략적인 스토리는 알수가 있어서 1장의 내용은 절반정도는 알고 있는 내용을 읽으며 따라가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1장으로도 충분히 매력있는 단편이었지만, 2-3장으로의 확장, 4-5장의 변주, 그리고 6장의 마무리까지 좋은 장편소설을 하나 읽게 되었다.


특히 6장의 결말이 굉장히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다. 피해자로서의 화자가 사적 제재라는 복수를 하게 됨으로써 , 반성하지 않은/않았을 두 범죄자는 또 사건을 일으키게 되고 결국 자신이 저지른 행위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 정도에 이른다.


영화는 일본영화 특유의 그 갑갑한 노잼공기가 불편해서 안 볼것 같고, 나중에 계기가 생기면 책은 다시 한번 읽고 생각해봐야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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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백

2015.07.03 18:51 from 책/짧은 리뷰



표백

저자
장강명 지음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 2011-07-2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이 소설은 파격인가, 도발인가, 아니면 고발인가‘한국 문학뿐 아...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표백>, 장강명, 2011, 한겨레출판 


"거봐 아까는 도전하라고 훈계하더니 내가 막상 도전하니까 안 받아주잖아" 로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자주 인용된 글이 실려있는 책이다. 이 대목을 보고 나는 이 책이 에세이집이거나 자신의 진심을 소재삼은 허구의 에피소드중 하나인줄 알았다. 근데 저 부분이 독립적인 지위를 가진 것이 아닌 그저 흐르는 한 장면으로 쓰인 장편소설이었다. 


내가 최근에 이 책과 작가에 관심을 드러냈을때 (서로 공통분모가 없는거나 다름없는) 두 사람으로부터 동시에 돌아온 질문이 있다. "혹시 친척 아니에요?" (이 책의 저자와 내가 이름이 비슷하다) 같이 30대를 향해 달리는 판에 뭔 시덥잖은 저질개그냐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내가 책알못이었다. 그런 추측은 이 책을 충분히 잘 읽고 나를 충분히 잘 관찰했던 사람이라면 떠올릴 수 있는 개연성 있는 추측이었다. 죄송합니다. 


97% 지점에서야 등장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마치는 다소 허무하고 갑작스런 마무리. 작가 본인이 20대가 아니어서 조심스러운 것인지, 어쩌면 하고 싶은 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이전에 다 있었던 걸 의도한 것인지도. 어떤 평론가는 이 책을 평하며 부조리함에 맞서는 카뮈의 문학을 소환했다. 내가 좋아하는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 비하면 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에 담긴 내용이 너무나도 빈약하다. 이 빈약함은 이 소설의 작은 그릇을 반영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만큼 작중 묘사된 세상의 부조리함이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거대하게 다가오는 것인지.


한국문학을 안 좋아한다. 누군가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한국문학을 묻는다면 '나쓰메 소세키를 번역한 문학'이라고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모국어로 된 문장이 번역된 문장보다도 호소력과 감동을 주지 못한다면, 아니 읽기조차 버겁다면 저자의 국적은 아무 문제 될 것이 없기에. 그래서 일부러 한국문학을 피했다. 개중에는 똥 모양이지만 깊은 된장 맛을 내는 것도 있어! 라고 한다고 다 찍어 먹어보는 바보짓은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적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한국소설을 만난 것은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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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저자
다니엘 튜더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3-07-31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불가능의 기적을 이룬 나라 아직도 불가능한 희생을 요구하는 나라...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원제 : Korea, The Impossible Country), 다니엘 튜더 지음, 노정태 옮김, 2013, 문학동네



평점을 후하게 준 느낌인데, 한국인에게 주어지는 효용보다 한국에 대해 궁금해하는 외국인에게 주는 효용이 큰 책이라는 점을 감안했다. 한국인이 한국을 소개하는 것보다 이 책을 읽히고 나서 얘기를 하는 것이 훨씬 나은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책이 지니는 가치는 몇가지 문장만으로도 확연하다.



한국은 제대로 된 자본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해본 적이 없다.


한국인의 정은 강력한 집단주의와 관계 있다.


교회는 지금까지 사회적인 삶에서 배제되었던 중년 여성에게 소속감을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여성 인력을 대놓고 내다 버리는 한국기업 덕분에 고급 여성 인력만 전략적으로 데려가는 외국계 기업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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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성의 세계사

저자
정찬일 지음
출판사
양철북 | 2015-05-20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사회가 위태로울 때 마녀사냥은 시작된다 - 집단 광기에 휩쓸린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비이성의 세계사, 정찬일, 2015, 양철북



비이성의 광기에 휘말린 사건 10개를 다루고 있다.

대단히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그런 사건이 있었다 정도만 알고 있는 나같은 이에겐 

사건의 주요 흐름과 전환점에서의 디테일만으로도 쓸모와 재미가 있었던 책.



1. 소크라테스 재판

- 사실상 자살을 택한 것이었다.


2. 로마 대화재와 기독교인 박해

- 네로에 대한 이미지/행동이 평소 알려졌던 거랑은 좀 다른데?


3. 병자호란과 환향녀

- 현재 한국의 문제와 별 다를바가 없다.


4. 중세 마녀사냥

- 어떤 식으로 마녀로 몰아갔는가


5. 드레퓌스 사건

- 가장 현대적인 형태의 마녀사냥이 아닌가


6.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 넷상에서 일본인들이 한국인들은 강간 방화 민족이라고 하는 개소리의 연원이 뭔지 알겠다


7. 매카시즘

- 매카시즘 자체보다 반공 매카시즘을 다루고 나서 홍위병과 킬링필드라는 공산주의에서 나타난 참사를 다룬 배치가 마음에 듬 


8. 홍위병과 문화대혁명

- 정말 끔찍하다


9. 캄보디아 킬링필드

- 절대 선악은 없다


10. 르완다 대학살

- 이부분은 정말 아는게 없었는데 나중에라도 다시 읽어봐야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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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없는 사회

2015.02.25 09:05 from 책/짧은 리뷰


신 없는 사회, 필 주커먼 지음, 김승욱 옮김, 마음산책, 2012




신없는 사회

저자
필 주커먼 지음
출판사
마음산책 | 2012-04-1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신 없는 사회 합리적인 개인주의자들이 만드는 현실 속 유토피아근...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인류학적 민족지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술술 읽히기도 하면서, 여러가지 사례들을 참고하기에는 괜찮은 책이었다.



"덴마크인과 스웨덴인은 대부분 이성과 합리성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덴마크인 중 82퍼센트가 인간의 진화에 대한 다윈 이론의 증거들을 받아들이고 인정한다. 이는 서구 세계에서 진화론을 믿는 인구 비율로 가장 높은 편에 속하는 숫자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대부분의 덴마크인과 스웨덴인은 스스로를 기독교인으로 생각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성경의 신성함을 거부하고, 예수를 믿지 않고, 죄악이나 구원이나 부활도 믿지 않고, 심지어 하느님도 믿지 않으면서 스스로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하다니. 나는 1년간의 연구에서 이 의문을 반복적으로 파고 들었다"(p.26)



본인을 무신론자 혹은 불가지론자로 규정하는 저자는 열성적인 기독교적 메시지가 가득한 미국 사회에 대해 비판적이다. 이 미국 사회학자에게 있어서 1년여간의 덴마크/스웨덴 생활은 신선한 충격과 즐거움을 선사했을 것이다.



적지 않은 덴마크, 스웨덴인들이 공유하고 있는 사례들을 보자.

- 동정녀, 부활에 대한 질문 -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한다

- 교회를 정기적으로 다니는가 - 그렇지 않다. 하지만 교회세를 낸다. 견진성사를 받고 교회에서 결혼을 한다. 그것이 우리의 전통이기 때문이다.

- 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종 취급을 받는다. 

- 종교적인 것에 대해 백지상태. 평소에 거의 생각해본 적이 없으며 그런 질문은 성적인 것보다 더 사적이고 개인적인 질문으로 취급받는다.

- 교회도 안가고 신도 믿지 않지만 나는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한다. 성서는 지혜의 보고로서 읽을 가치가 있으며, 기독교인의 의미란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고, 예의바른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이런 부분을 문화적 종교라고 명명하며 그 특징을 세가지 정도로 요약했다. 

1. 교회라는 건축물과의 관계 : 긍정적인 건물이다. 공동체의 기념물이자 문화적 유산으로 간주된다. 교회에 가진 않아도 교회 건물을 좋아하며, 그곳에서 결혼하기를 바란다.

2. 성서와의 관계 : 성서는 본질적으로 신성하지 않다. 그러나 그 책은 좋은 책이며, 고대로부터 내려온 품위있는 도덕과 가치관의 저장고이자 지혜와 통찰력으로 가득찬 중요한 이야기들을 모은 훌륭한 책, 역사서로 생각한다.

3. 정체성의 문제 : 대부분 기독교인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하며, 무신론자로 규정하는 것을 매우 꺼린다. 무신론자는 부정적이고 전투적인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한편 한국은 통계적으로 봤을때 미국보다는 덴마크/스웨덴에 가까운 세속적인 사회에 가까운 결과다. 저자도 지속적으로 일본과 한국을 종교색이 옅은 세속적인 속성을 공유하는 나라들의 예로 지목하고 있다. 처음엔 이 부분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판단이 크게 봤을때는 맞는것 같다. 적어도 일부 개신교인들 외에는 미국처럼 공개석상에서 신의 은총, 저주 운운하지 않으며 정치문제보다도 종교문제에 대한 대화를 더 꺼리고 있다. 번역자 후기를 보면, 한국인 독자들에게는 덴마크보다도 미국의 현실이 더 인상깊지 않을까 라는 촌평을 달고 있으니.



마지막으로 덴마크에서 미국을 1년 경험한, 저자와는 정반대의 경험을 한 모르텐의 이야기로 책을 끝맺는다.


덴마크에서의 인터뷰(2005) : 하느님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더 큰 무언가가 있다고는 생각한다. 어릴적엔 기도도 했엇고 영혼이 있다고 믿는다. 물론 이성적으로는 그게 뇌의 착각일수도 있겠지만 그런 생각은 든다.


미국에서의 인터뷰(2007) : 종교적인 믿음을 개인적으로 간직하지 않고 자기 신앙심을 남에게 보이려고 하는 게 놀랍다. 자동차 범퍼에, TV와 라디오에 노골적으로 나오는 메시지들을 보면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 정치인들도 문제가 생겼을때 하느님께 기도한다는 식으로 답변하는 건 충격적이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난 하느님을 믿는 기독교인이었지만, 덴마크식 기독교인이었지. 성경에는 말이 안되는 이야기가 아주 많아. 그래도 나는 하느님이 저 위에서 우리를 도와주고, 규칙도 만들려고 애쓴다고 들었어. (...) 그런데 여기 와서 사람들이 전부 노골적으로 나서서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이고 동정녀에게서 났다고 말하는 걸 본거야. 그런걸 죽 보며 내린 결론이, 내가 기독교인이 되려면 이런걸 다 믿어야 하는구나 였지. (...) 내가 믿어야 하는 주장들 중 겨우 10퍼센트 밖에 믿을수 없다면 나 자신을 기독교인으로 생각할수 없잖아. (...) 그래서 이제는 귀국을 앞두고 적어도 불가지론자가 됐다고 말할수는 있을 것 같아. 어쩌면 무신론자가 된 건지도 모르지만 (웃음)"


"덴마크에서 누군가가 미국의 종교에 대해 묻는다면... 아마 이렇게 말할거야. 당신은 내 말을 안 믿겠지만 미국 사회는 정치며 언론 매체에서 벌어지는 토론이며 모든 것의 바탕에, 모든 사람이 아주 헌신적인 기독교인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고. 그러니까 공개적인 자리에서 하느님을 믿는다고 분명히 말하고, 문장을 말할 때마다 하느님의 축복을 비는 말을 집어넣지 않으면, 공직에 앉을 수도, 대통령이 될 수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그러니까 우리 덴마크인들은 미국이 우리한테 전쟁을 같이 나가자고 권유하거나 아니면 무엇이 됐든 함께 일을 하자고 권유할때 아주, 아주 조심해야 한다고 말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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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감옥

2013.10.01 19:07 from 책/짧은 리뷰




자유의 감옥

저자
미하엘 엔데 지음
출판사
보물창고 | 2005-03-0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그 끝에 결코 이를 수 없는 신비스러운 로마 양식 건물의 통로,...
가격비교



이 책은 단편소설집이라고 보는게 맞겠다. 일단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었고, 저자가 많이 들어본 이름이라...(한참 생각했다가 모모 저자였구나 떠올렸다) 한번 읽어보자 싶었다. 8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어며 책의 제목이기도 한 자유의 감옥은 그 중 한 편의 제목이다. 


처음 등장하는 "긴 여행의 목표"부터 이야기가 기묘해진다. 부유하지만 불행하기도 한 빅토리아 시기 귀족 소년이 어느날 '집(Home)'이라고 하는 특별한 것이 (자신에게는 없지만) 타인에게 공통적으로 있음을 깨달으면서 이 소년의 인생은 맹목적으로 달려간다. 명예도, 부도, 사랑도 버리고 자신이 원하는것을 위해 달려가다 결국 세계지도의 유일한 여백인 힌두쿠시 산맥으로 여행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행방불명된다는 이야기.


처음엔 이게 뭐야 싶었다. 근데 며칠 뒤에 갑자기 생각났다. 작년부터 느끼는 내 고민이 '삶의 지루함'에 대한 것이었다. 한발자국도 섣불리 내딛지 못하면서 무언가 막막하고 지루한 이 상황이 고통스러웠다. 이 이야기는 내 고민과 들어맞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삶의 의미는 무엇이며,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어떤 이유도 합리적인 근거도 없이 하나에 그저 뛰어들었다. 어쩌면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도 이러한 것인가? 


-


7번째에 배치된 "자유의 감옥"은 이슬람을 배경으로 하는 금언과도 같은 교훈적 이야기이다. 한 장님 거지가 칼리프에게 자신이 어떻게 장님이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액자식 구성이다. 그는 쾌락에 도취하다가 악마의 함정에 빠졌으나, 그 속에서 인생의 진리를 얻었고 구원을 얻었다는 이야기이다. 신은 있는가, 정의로움, 합리, 객관이란 존재하는가, 자유 의지는 있는가, 인간의 선택은 합리적일수 있는가 등의 의문점들을 여과없이 드러내며 인생의 속성을 파헤친다.


이 책의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뭔가 기묘하고 존재하지 않을것 같은 이야기들 뿐이다. 면적이 측정되지 않는 공간의 이야기라든지, 갈수록 실제로 공간이 축소되어 영원히 끝에 도달할수 없을것 같은 길이라든지, 사람을 삼켜버리는 거대한 도시 등... 하지만 이런 공간의 왜곡을 통해 기묘하지만 놀랍게도 진실한 이야기를 제공하고 있다. 사실성은 떨어지지만 진실성을 담보하고 있는 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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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사람들(The Shallows: What the Internet is Doing to Our Brains), 2010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주요 내용 요약

뇌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요지는 뇌의 구조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 신경가소성, 말 그대로 우리 뇌는 조직 구조 자체를 스스로 적응하기 위해 변화시킨다는 얘기다. 무엇을 자주 하느냐에 따라 구조 자체가 그에 적응하여 특정 부위가 발달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습관은 우리의 뇌를 멀티태스킹 능력과 단시간의 선택능력을 발달시키도록 만들지만, 빠르게 빠르게 정보의 바다의 흐름에 감각을 내던지기만 할 뿐, 그 정보를 쌓아두지 못하게 만든다는 주장으로 연결된다. 인터넷 공간의 행동 원칙은 멀티태스킹과 빠른 판단의 능력만 요구할 뿐, 느긋한 적막 속에서 장기기억으로 정보를 쌓아두는 능력은 전혀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느긋함과 소란스럽지 않음을 주지 않는 이 상황은, 정보의 축적과 암기를 방해할 뿐더러, 그것으로부터 생겨나는 창조적 능력을 거세시킨다.



이제부턴 내맘대로 파생적 글쓰기

어떠한 능력에 대한 필요를 느끼거나 특정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그 외의 능력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감퇴하게 된다. 나는 평소 집중력에 대한 남다른 환상과 집착이 있어서 내가 충분히 집중하지 못하는 환경이라 여기면 막무가내다 싶을 정도로 완전한 휴식을 추구하여 살아왔다. 집중이 덜 된 상태에서 읽은 책은 읽지 않은 것으로 여겼고, 스쳐지나치듯이 행동한 것은 하지 않은 것으로 여겼다. 이런 집착 때문에, 집중이 잘 되지 않은 상태에서 쉬지도 못하게 하는 것이 나에게는 최대의 고통이자 스트레스였다. (어른이 될수록 이런 종류의 갈등은 잦아져서 좀 불안해 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직장에서 누가 중간에 집중이 안된다며 자고 있는 상황을 좋게 보겠는가. 집중해서 일을 하고 쉬는것보다 주어진 시간에 적당한 집중으로 적당히 일을 처리하는 것이 성실하게 평가된다.) 

누군가 나에게 어떻게 그렇게 쉽게 아무데서나 잠들수 있냐 묻는다면, 막무가내로 답하자면 집중력이 좋아서 라고 대답할수도 있겠다.



인공지능

심심이 같은 프로그램, 심지어 그 프로그래밍 과정을 직접 본 사람들도 내가 대화하고 있는 상대가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닌 인격을 가졌길 희망하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점점 그 상대에 맞추어 대화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이란 없다. 그렇게 판단하도록 만든 개발자의 지능의 일부가 있을뿐. 인공지능을 지능이라고 생각하면 우리의 지능이 딱 그 수준이 된다. 공략집대로 레벨업을 하여 최단시간 내 최고클래스로 전직시키려 노력하는 우리의 어머니들. 인간의 삶과 성장을 베낀 게임의 스테이터스. 그 시스템으로 인간을 평가하고 있다.



언어 생산 방식

몇 달 전 나는 몇 년 전에 읽었던 파우스트의 구절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 자신의 연모의 감정을 파우스트처럼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고 유행가 가사를 읊는 것으로 표현하는 스스로를 부끄러워했다는 그레텐의 모습. 그 당시엔 교양의 부재로 부끄러웠던 일이지만 현재 우리는 그레텐과 같은 행위를 하면 오히려 허세가 넘친다고 비아냥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버지 세대의 연애편지를 보면서 그 세대의 문학적 창작능력에 대한 경외감을 가지면서도 누군가 그것을 시도하면 오글거린다고 한다.

하이퍼링크로 대표되는 정보습득 방식은, 중간 중간의 의문점을 그때그때 즉시 해소할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이 정보를 더 많이 습득하고 지식이 풍부해진다고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긴 문장을 읽었을 경우, 책을 통해 페이지를 따라가며 문장을 읽었을 때에 비해 독해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실제로 내 글쓰기가 신선하다고 하는 것도 그런 측면에서 시대를 잘 타고난 것이 아닌가, 아니면 나도 모르게 시대에 적응한 결과가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지금 이 독후감마저도 군데군데 영감이 떠오르는 구절에서 내 생각을 뻗쳐 나가는 나뭇가지 구조를 이루고 있지, 하나의 목적성을 향해 문장과 문장이 치밀하게 이어지는 구성이 아니지 않은가. 전통적인 독후감이라면 하나의 글에 하나의 주제의식이 있었어야 했을 것이다.


+)


갑자기 생각난 개드립이지만, 어쩌면 한낱 영상물을 볼때도 오프닝을 참지 못하고 구간선택 기능 사용을 선호하고 3분짜리 음악을 듣는 사람보다는, 20분짜리 클래식을 천천히 처음부터 느끼면서 듣는 습관을 가지는 쪽이 성생활에도 도움이 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의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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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자서전

2013.07.29 16:52 from 책/짧은 리뷰


김대중 자서전 , 삼인출판사, 2010



그의 어린 시절은 일제시대였다. 나는 두가지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그의 어린 시절 대목을 읽었다. 하나는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한 간접자료 측면이었다. 20년대에 태어난 김대중씨와 50년대에 태어난 아버지는 같은 세대는 아니다. 그러나 나의 아버지도 신안의 작은 섬 출신이었고(하의도보다 훨씬 작은), 젊은 시절 홀홀단신으로 목포에서 수학했으며 자수성가하신 분이다. 1930~40년대 신안/목포와 1960년대 신안/목포의 상황이 지금과 같이 차이가 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김대중씨의 어린 시절 회고는 나의 아버지의 어린 시절을 이해하는데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두번째 초점은 일제 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생활상과 삶의 태도였다. 확실히 그 시대를 직접 살아간 이들이 증언하는 것은 나의 추측을 좀더 믿을 만한 추론으로 만들어준다. 창씨개명과 일본어 사용에 대한 강한 반발심이 있었지만, 일본인 교사는 조선 학생과 일본 학생을 차별하지 않았다고 증언하는 대목이라든지 조선인 교사와 일본인 교사의 봉급차이가 불공평하지 않냐고 넌지시 묻자 "돈을 많이 주지 않으면 본토에서 여기까지 올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불평하며 대답했다는 에피소드는 생각할 거리를 준다. 물론 그도 광복 후에는 친일파를 일소했어야 한다고 말하긴 하지만... 나는 결국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 말했던 바는 후대 사람들이 간접적으로 체험한다 할지라도 그 언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본다. 김대중씨의 친일파 청산 대목에 대해서는 그의 사회정의에 대한 진심은 알겠지만 지금 시대에 그 이야기를 꺼내는 이들이 떠올리는 그런 것과는 다를 것이라 나 혼자 타협해본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만 길어진 감이 있는데, 사실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나를 끌어들였기 때문에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그 이후의 일들은 함부로 감상을 남기기 힘들 정도로 텍스트 자체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이후의 청년기의 이야기는 여느 회고록과 비슷하게 유쾌한 부분이 있는 듯 하다. 사업가로서 보냈던 시절이니 호방하고 배포가 큰 부분이 부각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젊은 정치활동가로서의 이야기, 야권 정치가로서 명성을 쌓아가던 시절의 이야기, 첫번째 대선주자였던 시기, 납치사건, 유신 시대 민주투사로서의 길, 5공 시절의 일, 87년 대선의 일, 3당 합당과 92년 대선 등의 일이 1권에 다루어져 있다. 그리고 다시 대통령을 준비하여 삼수 끝에 당선, 대통령을 수행하면서의 일이 2권의 주요 내용이었다. 군데 군데 자신의 당시 상황에 대한 생각을 넣은 부분이 있는데 재미있었다. 단순히 내 말이 맞지? 식이 아니라 이 당시에 이런 부분 때문에 나는 이런 생각을 하였고,  사람의 말이나 주장이 그런 생각에 영향을 주었다거나 추측을 확인시켜 주었다는 식으로 언급하는 것이 글의 질을 높였고 정성스러웠다. 정치인이라는 길은 영민하기도 해야하지만 정말로 치밀하게 참으며 행동해야 하는 것임을 느낀다. 여러 정치인들에 대한 평과 당시 상황에 대해 '나는 이렇게 행동했을 것'이라고 아쉬운 경험을 적은 부분을 볼때마다 '나는 김대중보다는 이 사람(부정적 비교대상)에 더 가까운 사람이구나' 싶다.


2권, 1200페이지 가량을 3주에 띄엄띄엄 걸쳐 읽는 동안 닭 5마리 정도가 희생된 듯 하다. 오늘은 파파이스 3조각이 희생되었다. 최근에 두꺼운 책을 읽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다 읽으니 뿌듯하다. 다만 오늘 막판에 400페이지 가량을 몰아 읽어서 완독이 가능했던게 아닌가 생각하니 마음이 걸린다. 처음 책이 출간된지 얼마 되지 않아 구입했었다. 학생이었던 당시로 치면 책 가격이 만만치 않았지만 일단 가지고 있어야 맞는 책이라고 판단했다. 이 책을 구입했다고 친구에게 말했더니 "살 것 까지 있느냐"고 물어서 "뭐... 읽어보고 가지고 있기 아까우면, 혹은 오랫동안 책을 펼치지 않아 아깝게 되면 부모님(특히 아버지)께 팔면 그만이지" 라고 했었던 기억이 난다.

어릴적 위인전기 시리즈를 강제로 읽은 트라우마가 남아있어, 자서전류의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기억에 남는 자서전이라고는 고등학생때 친구가 보고 있던 민사고 출신 미국명문대학 합격수기 같은 책이랑... 대학 재학 시절에 부모님이 무려 구입해서 부쳐준 홍정욱씨의 <7막7장>이 전부였지. 한때 화제가 되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 반기문 UN 사무총장, 오바마 미국 대통령, 한비야씨의 책들도 읽지 않았다. 다 읽고 나니 책의 두께가 두꺼운 게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의 책의 두께가 얇은 게 이해가 되었다. 인생의 두께만큼 책이 나오는구나 싶다. 한낮인데도 눈물이 나올락 말락하는 울컥하는 대목들이 있었다. 그만큼 글에 힘이 있었고 글이 다루는 상황이 깊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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