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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3 18:51 from 책/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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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장강명 지음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 2011-07-2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이 소설은 파격인가, 도발인가, 아니면 고발인가‘한국 문학뿐 아...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표백>, 장강명, 2011, 한겨레출판 


"거봐 아까는 도전하라고 훈계하더니 내가 막상 도전하니까 안 받아주잖아" 로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자주 인용된 글이 실려있는 책이다. 이 대목을 보고 나는 이 책이 에세이집이거나 자신의 진심을 소재삼은 허구의 에피소드중 하나인줄 알았다. 근데 저 부분이 독립적인 지위를 가진 것이 아닌 그저 흐르는 한 장면으로 쓰인 장편소설이었다. 


내가 최근에 이 책과 작가에 관심을 드러냈을때 (서로 공통분모가 없는거나 다름없는) 두 사람으로부터 동시에 돌아온 질문이 있다. "혹시 친척 아니에요?" (이 책의 저자와 내가 이름이 비슷하다) 같이 30대를 향해 달리는 판에 뭔 시덥잖은 저질개그냐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내가 책알못이었다. 그런 추측은 이 책을 충분히 잘 읽고 나를 충분히 잘 관찰했던 사람이라면 떠올릴 수 있는 개연성 있는 추측이었다. 죄송합니다. 


97% 지점에서야 등장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마치는 다소 허무하고 갑작스런 마무리. 작가 본인이 20대가 아니어서 조심스러운 것인지, 어쩌면 하고 싶은 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이전에 다 있었던 걸 의도한 것인지도. 어떤 평론가는 이 책을 평하며 부조리함에 맞서는 카뮈의 문학을 소환했다. 내가 좋아하는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 비하면 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에 담긴 내용이 너무나도 빈약하다. 이 빈약함은 이 소설의 작은 그릇을 반영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만큼 작중 묘사된 세상의 부조리함이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거대하게 다가오는 것인지.


한국문학을 안 좋아한다. 누군가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한국문학을 묻는다면 '나쓰메 소세키를 번역한 문학'이라고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모국어로 된 문장이 번역된 문장보다도 호소력과 감동을 주지 못한다면, 아니 읽기조차 버겁다면 저자의 국적은 아무 문제 될 것이 없기에. 그래서 일부러 한국문학을 피했다. 개중에는 똥 모양이지만 깊은 된장 맛을 내는 것도 있어! 라고 한다고 다 찍어 먹어보는 바보짓은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적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한국소설을 만난 것은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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