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대한민국

2011.07.20 14:00 from 책/발췌





당신들의 대한민국 (221201140664)★

저자
박노자 지음
출판사
한겨레신문사 | 2001 출간
카테고리
당신들의 대한민국 (221201140664)★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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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당신들의 대한민국, 박노자 지음, 한겨레신문사, 2001

 

pp. 81-82

그러나 나에게 가장 부끄러운 일은 고려대학교에서 유학하던 시절인 9년 전에 일어났다. 그때 형편이 어려운 소련 학생으로서 무슨 부끄러운 일이 생길 수 있었을까? 당시 나는 그 대학 후문 뒤에 있는 한 성경 읽기 모임(개신교 성향을 띤 일종의 학생 교회)에 나가게 되었는데, 이 모임과 접촉하면서 일어난 일이 모두 마음속에 큰 부끄러움으로 남아 있다.
첫째, 그 모임이 나를 처음부터 놀라게 한 것은 내가 과거에 속했던 소련 콤소몰(공산주의 청년동맹) 뺨치는 철저한 출석/회원 관리였다. 결석은 거의 '죽을 죄'로 취급되었고, 일단 회원이 되고 나면 그 모임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탈퇴를 '영적인 타락'으로 생각하는 그 모임의 지도자들은 거의 강요에 가까운 전화와 방문, 설득과 종용의 공세를 퍼부어 탈퇴를 결사적으로 저지하는 관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
둘째, 그 모임에서는 기도를 비롯해 모든 신앙행위를 공개적으로 남 앞에서 해야 했는데, 나로서는 도저히 납득이 안 되었다. 기도는 골방에 들어가서 남이 안 보는 데에서 하라는 예수의 말씀도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남 앞에서 '나의 신'과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나에게는 남 앞에서 기도한다는 것이 남이 보는 데서 성행위를 하는 것과 같은 격이었다. 그러나 그 모임에서는...
(...)

 

p. 254

흥미로운 것은 그뿐만 아니라 상당히 많은 아시아 이민 노동자가 '지방의 인심'을 이구동성으로 찬양한다는 사실이다. 양식과 도덕을 결여한 '국제화'가 일찌감치 돼버린 서울과 수도권, 부산 지역에 비해 지방은 한국 종래의 관용과 이타의 도덕을 정말 더 많이 보유하고 있을까?

 

p. 278

둘째, 인종차별론을 처음 수용한 개화파 양반 귀족들의 극심한 엘리트주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론상으로 그들은 천부인권 사상을 충실히 받아들여 유길준의 유명한 말인 "범인이 세에 생함에 인되는 권리는 현우 귀천 빈부 강약의 분별이 무하니 차는 세간의 대공지정한 원리라"를 새로운 '대의명분'으로 열심히 내세웠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는 자신들과 상한(상놈)들을 결코 평등한 존재로 보지 않았다. 사치를 좋아하여 수많은 하인을 부린 참판의 아들 서광범도, 미국의 냉대에 실망하여 "미국인들이 양반을 몰라본다. 양반이 어떻게 노동할 수가 있냐?"고 외친 임금의 부마 박영효도 만인평등의 사상을 제대로 소화하고 실천하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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