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KFC 예찬론자다. 비단 KFC뿐 아니라, 평균 2-3일에 한번은 맥도날드나 KFC같은 패스트푸드로 해결한다. 하루 세끼를 다 챙겨먹는 일은 드물고, 보통 오전 늦게 일어나면 점심 건너뛰고 저녁 한끼, 아침에 일어나면 점심 저녁 두끼를 먹는다. 그러니까 2-3일에 한번 꼴이라는 것은 끼니로 치면 네끼 중 한끼를 패스트푸드로 해결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금 내 식습관을 아는 사람들이 예전에 내가 어떻게 먹어왔는지 들으면 깜짝 놀랄 것이다. 내가 1년 365일 중에 330일 이상 지켰던 원칙? 습관?이 몇 개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아침식사를 반드시 먹는 것이었다. 그것도 밥/된장국/생선구이로 이루어진 제대로 된 식사로.

스무 살이 되기 전에 패스트푸드를 먹은 경험은 아마 10번도 되지 않을 것이다. 목포 시내에서 친구들끼리 돌아다니다 마땅한 곳이 없어 영화보기 전에 한 끼 때울 때 갔겠지. 내가 패스트푸드를 먹게 된 것은 스무 살 이후에 생긴 습관이라는 것이고, 그 시기는 내가 대학생이 되어 상경한 시기와 일치한다.

그럼 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아 자취하느라 밥 해먹기 힘들고 귀찮아서 그렇게 식습관이 안 좋게 변했구나?” 이렇게 생각하실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이유가 아니다. ‘자취’가 핵심이 아니라 ‘서울’이 핵심이어야 한다.

내가 패스트푸드를 찾는 것에는 맛에 있어서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서울의 패스트푸드가 지방의 패스트푸드보다 맛있다. 목포에선 그냥 버거였는데 서울에선 맛있는 버거였다. 둘째로 서울의 패스트푸드가 서울의 다른 음식들보다 맛이 좋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더 선호할 수밖에.

그러니까 난 서울을 벗어나면 절대 패스트푸드점을 가지 않는다. 패스트푸드라고 해도 버거 쌓는 기술 같은 것이 중요한 것인지? 지방에선 빵 따로 야채 따로 돼서는 양상추가 푸성귀 시래기처럼 보여 보기에도 김빠지는 경우가 흔하고, 맛도 없다. 그리고 다른 음식들을 제치고 패스트푸드를 먹어야 할 이득이 별로 없다. 서울버거보다 맛도 떨어지는 걸, 다른 음식들보다 비싼 가격에 굳이 먹어야 할 이유가 없다. 내가 정말로 패스트푸드를 수단이 아닌 목적 그 자체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면!

프로야구의 모 심판이 만약 요리사였다면, 혹은 내가 그의 가치관을 빌리자면(?) 서울의 대다수 음식은 혼이 들어있지 않다. 혼이 없는 맛[각주:1]이다. 4번 먹으면 볼넷이고, 16번 먹으면 밀어내기다. 목포에서는 무엇을 먹어도 음식을 먹으면 물리적으로 위가 차는 것 외에 뭔가 속에서부터 든든해지는 차오름을 느꼈다. 그러나 서울에서 밥을 먹으면 그런 즐거움은 없고 그냥 노동으로만 느껴진다. 먹고 나면 힘이 나야 되는데 오히려 뭔가 내 몸에서 기가 빠져나간 느낌이다.

결국 나는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밥심으로 사는 한국인의 습관을 충실하게 지켜온 사람으로서 맛을 위해 습관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맛을 포기하고 한국인다운 식습관과 위장건강(?)을 선택할 것인가. 그리고 그 결과는? 이제 나물과 쌀밥은 집에서만 먹는다. 과장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끼 정도 먹을 게다.

앞으로도 광화문의 미진 정도가 아니라면 서울에선 절대 5천원씩 주고 맛없는 음식을 한식이라는 이유로, 밥이라는 이유로 먹지는 않을 것 같다. 그곳은 냉메밀로 유명한 곳이지만, 우연히 보쌈정식을 주문하고는 밥과 김치를 먹었는데, 놀랍게도 몸에서 기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곧 새로 지은 학교 건물에 파파이스가 들어선다고 한다. 패스트푸드계에서 감자튀김 외에는 모든 것이 최악 수준인 프랜차이즈지만, 가게가 열리면 시험삼아 한번 가볼까 싶다.
 
  1. 한국프로야구의 김모 심판은 스트라이크 존이 일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야구팬들에게‘한가운데로 공이 들어와도 투구에 혼이 실려있지 않았기 때문에 볼이다’는 비아냥을 받고 있다. (참조링크 : http://pds15.egloos.com/pds/200907/14/65/d0074465_4a5c6415605ce.jpg)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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