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감상문

2010.10.09 17:30 from 책/감상문

  
언젠가 문득 이런 생각이 찾아오는 날이 있다. “나는 왜 사는 걸까?” 사람은 무엇에서든지 이유나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지금까진 진지하게 의문을 품지 않았던 것에 대한 의문이다. 살면서 처음으로 자신의 삶의 목적과 의미에 대한 물음을 던졌을 때, 인생이 허무하다고 느꼈을 바로 그 때, 우리에게 ‘메피스토펠레스’는 찾아온 것이고 우리는 각자의 <파우스트>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누구한테나 적용되는 절대적인 삶의 목표라는 것은 존재하기 힘들다는 것을 점차 알게 된다. 삶의 목표는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기능적으로 낫겠지만, 결국 모든 것은 일시적일 뿐이다. 열심히 공부하려는 학생이 그 목적을 묻는 스승과의 끊임없는 문답을 하다 보니 결국은 죽기 위해 공부한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고대 그리스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파우스트의 말처럼 “우리 인생은 채색된 영상에서 파악될 뿐”(4727)인 것이다.

 
 
그럼 우리는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할까? 실은 우리 주변에는 ‘삶의 의미’를 주제로 삼는 이야기들이 이미 적지 않다. 우리는 이미 제공되는 ‘잘 다듬어진’ 삶의 가치관과 규범을 몇 개 골라 선택할 수도 있다. 경제적 부, 명예, 종교적 가치와 관련된 수많은 격언과 규칙들이 서점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진열되어 있다. 그런 것들은 인터넷에도 많이 있다. ‘효율적인 삶’을 돕는 이런 지혜와 격언의 언어는 우리에게 구체적인 행동방침을 수행할 것을 제시한다.
 
 
 
따라서 어떤 규범을 선택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의 문제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것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가의 문제에 모든 것이 달려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규범의 언어에 자신을 맞춘 삶은 평탄하고, 잘 맞아들어갈수록 행복감을 느끼겠지만 결국은 그 근본은 불완전하고 위태로운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그 부분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일조차 죄송스러워질만큼 주어진 규범에 충실하게 사시는 분들이 많이 있다.

 
 
그렇다면 나는 왜 그런 삶을 피하고자 하는가. 나는 기본적으로 삶의 의미에 대해서 Struggle, 진력(盡力)과 같은 단어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삶은 끝없이 부딪히고 넘어서는 어떤 지리한 투쟁 같은 것이라는 느낌이다. 때문에 단순히 규범의 기계적 수용을 기초로 한 행복한(쾌락의) 삶은 언제 위험해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치 쌀눈을 떼어낸 백미가 맛이 좋지만 장기적으로는 어떤 상황에서 건강을 위협할 수 있듯이.

 
 
물론 부딪쳐보지 않고도 아는 것은 있다. 하지만 우리 대다수가 철학사에 길이 남을 정도의 천재가 아닌 범인(凡人)인 이상, 직접 부딪치지 않고서야 얻기 힘든 중요한 가치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때로 우리 사회는 그런 가치의 존재나 필요성에 대해 무감각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파우스트가 메피스토펠레스와 함께하기로 결심했을 때 파우스트처럼 되려고 찾아온 학생은, 후에 학사가 되어 메피스토펠레스와 재회한다. 작가의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재미있게도 이때 파우스트는 학사와 마주하지 못한다. 만약 “경험은 물거품과 같은 것”(6758)이라 말하는 학사의 말을 파우스트가 직접 들었다면 파우스트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예전에 한 친구가 내게 '너는 전신전령(혹은 전심전력)을 다해 살아가는, 약간은 무모한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해준 적이 있다. 그런 것 같다. “불가능한 것을 갈망하는 자,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7488)는 만토의 말이 너무나도 익숙하게 다가온 것은 그 때문일까. 정말로 나는 '쉽고 편안한 길의 발견'을 인생의 제일 목표로 살아가는 듯한, 그런 사람을 어떤 사람보다도 불편해 하는 것 같다.

 
 
앞서 왜 살아야 하는지, 인생이 허무한 것임을 알았을 때 이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고민할 때 각자의 파우스트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하였다. 인생은 원래 허무한 것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그저 주어진 상황에서 노력하는 것. 때로 도망치고 피하는 것이 편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길은 아님을 알고 경계하는 것. 나의 <파우스트> 이야기의 답은 이것이다.

 
 
우리는 끝없이 부딪치고 방황해야 한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317)이라는 구절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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