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안 놀아

2010.11.10 17:30 from 내 글/중문


 
이것을 실제로 시도해보는 것은 너무나도 비윤리적이므로, 사고실험으로 대체하여 한가지 가정을 해보자. 어린아이를 끊임없이 괴롭혀 스트레스를 주자. 마주칠때마다 약올리고 놀려보자. 어린아이는 참다 참다 견디지 못할 때 무슨 말을 할까. 물론 때리고 꼬집고 하는 폭력적 행동을 할 수도 있고, 어디서 배웠을지 모르는 “시발 죽여버린다” 같은 말을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것만큼, 혹은 그런 것보다도 더 주체적인 본심에서 우러나오는 말,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은 이것이 아닐까. 
 
 
 
“이제 너(선생님/아빠/아저씨)랑 안 놀아(놀 거야)”
 
 
 
 
 
일반적인 사회과학이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는 ‘인간은 ㅇㅇ적 동물(존재)이다’ 라는 명제에 각 용어를 넣으면 어느 정도 설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정치학은 빈칸에 정치를 넣을 것이고, 법학은 법, 경제학에선 경제, 문화인류학에서는 문화, 그리고 사회학에서는 사회를 넣어 완성하겠지. 그에 따르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이 사회학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기본 전제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겠다.
 
 
 
의식주 다음으로, 혹은 의식주와 맞먹을, 아니 의식주보다도 더 중요할 수 있는 인간의 기능이 인간의 사교성이라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너랑 안 놀아” 라는 말은 얼마나 엄청난 선언인가. “너랑 안 놀아” 하는 어린아이의 말이 우습거나 유치하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성인이지만, 결국 심층으로 파고들면 ‘관계의 단절’, ‘버림받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누구에게나 크게 자리잡고 있다. 연령에 관계없이 사교활동의 일방적인 박탈은 본질적인 두려움을 부르는 코드인 것이다. 단지 어린 시절의 “너랑 안 놀아”가 청소년기엔 “야 너 나랑 아는 체 하지 마라”가 되고 성인이 되면 “우리 헤어지자” 혹은 (잔인하게도!) 그런 선언조차 하지 않는 의뭉스런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는가.

 
 
 
 
 
 
그렇다면 부모가 아이에게 “쟤랑 놀지마” 라고 하는 말은 또 얼마나 엄청난 말인가. 요즘은 잠도 마음대로 못 자게 하는 한심스러운 엄마도 있다.[각주:1] 그런데 “쟤랑 놀지마”라는 류의 말은 (잠의 통제를 잔인하다 생각하는 부모들까지 포함해서) 어느 누구나 거리낌없이 자녀에게 하고 있다. 무관심하게 혹은 자녀보호의 사명감에 넘쳐서 말이다.(후자가 더 위험한 것 같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관점으로 보면, 내 생각에 그 말은 아이에게 있어 최소한의 영역의 자율성조차 박탈하는 무자비한 말이다.
 
 

  1. 내가 이래가지고 몬산다 동영상. http://tvpot.daum.net/clip/ClipViewByVid.do?vid=Ff3w8VDLTKw$ 공부를 시킨답시고 졸려서 쓰러지기 직전인 아이가 쉬는 것을 계속 통제하고 방해하고 있다. 아이의 어른스러운(?) 표현이 웃음을 자아내어 유명해졌지만, 그 말이 나오는 배경을 보면 씁쓸함을 피할 수 없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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