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역사를 관통한 정치적 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의 시작이자 끝은 박정희 전 대통령일 것이다. 어쩌면 그 한사람만을 위한 주제로 느껴질 정도로 그의 대한 평가는 대한민국 정치경제사회사를 어떻게 판단하느냐로 이어질 정도다. 질리도록 나온 박정희 전 대통령을 둘러싼 이야기를 보자니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어 짚고 넘어가고 싶다. 그것은 동시대 인물을 역사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어떤 의미의 일인가에 대한 고려를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역사적 인물을 평가하는 데에는 결국 지금 현재 우리 사회에서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가의 관점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세종대왕이 노비들도 출산휴가를 주게 했다든지 이런게 지금에서 주목받는건 그만큼 출산복지 부문이 2010년 현재 대한민국이 관심이 있는 분야라는 뜻이며 지금에 와서는 그런 류의 기록들이 눈에 들어오니 그런것이다. 




난 꾸준히 얘기하지만, 그가 능력이 있었는가? 이렇게 묻는다면 있었다. 공이 있었는가? 묻는다면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역사적 평가를 묻는다면 단호하게 "현 시대에서 박정희 가치는 버려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엄연히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2010년대의 대한민국이 독재자에 대한 향수에 젖어있다는건 슬픈 일이다. 아니 그 자체는 그럴 수도 있다고 쳐도, 민주화된 사회에서 태어난 이들이 "역사적 평가"라는 어느 정도의 시공간을 뛰어넘은 객관의 동굴에 숨어서 이런저런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게 좀 비겁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도 실향민의 목소리가 줄어드는 눈치를 보며 통일 반대를 부르짖고 있고, 21세기에 실행하는 친일파 청산은 아무런 의미없다고 생각하며, 식민지 근대화론을 긍정하는, (예전이라면 절대 자신있게 말하지 못할 것들을 주장하고 있는) 비겁한 사람이다. 


하지만 정치인, 특히 현재의 정치체제를 갖춘 국가에서 대통령을 했던 이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하는지는, 하다못해 일제시대의 저명한 인사들보다도 훨씬 조심스럽게 행해져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박정희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둘러싼 주장들을 보면, 그런 부분이 현재 살아있는 대선후보 중 누굴 지지하는가 정도의 간편한 기준으로 취급되는 걸로 보이니 답답한 마음이 든다.




"당신은 박정희에 대해 역사적으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질문을 명확히 해서 "지금 시대에 박정희 가치가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닐수 있는가?"로 아예 질문이 바뀌든지, 박정희에 대한 평가를 묻는 저 질문의 문구는 그대로 놔두고 저 질문은 자동적으로 "현재 우리 사회에 필요한 가치로서의 박정희에 대한 평가"에 대한 질문이라는 암묵적인 동의가 이루어지든지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가 다들 역사학자도 아닌데, 왜 하필 박정희란 인물에 대해서는 '역사적 평가'를 논해야 하며, 또 그것을 가지고 너는 주관적이니 나는 객관적이니 헐뜯으며 격하게 논쟁해야 하는가? 그것은 박정희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제갈량에 대한 평가, 세종대왕이나 정조에 대한 평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대한 평가와는 다른 성질의 것이라는 점을 논쟁하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적 평가이므로 박정희에 대한 평가도 냉동질소와 같이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하는 이들은 이 모두를 같은 선상에 놓고 있다.


어떤 이는 박정희의 '과'만을 들먹이며 가혹한 평가를 내리는 이들에 반발하여 자신이 '공'을 강조하는 것일 뿐이라고 한다. 공과 과를 전부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은 공과 과를 모두 보는 균형잡힌 시각을 가졌지만 저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그가 독재자임은 자신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정말로, 정말로 그렇다면 이 논쟁은 전 국민이 역덕후가 아닌 이상 아무런 실익이 없다. 정말 그들이 박정희가 독재자임을 잘 알고 있다면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의 박정희가 가진 가치에 대한 결론은 났다. 현재의 자유민주주의 가치가 진정으로 우선해야 한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수를 점한다면, 이 논쟁은 당장 끝나야 한다. 

Posted by 어웅 트랙백 0 : 댓글 2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addr | edit/del | reply 지나가다 2014.12.15 18:00

    지나가다 궁금해서 질문드립니다.
    식민지 근대화론을 긍정한다는 뜻은 이해가 잘 안되네요.
    일제가 조선에 들어와서 철도 등 각종 기간산업들을 시작하면서 조선이 근대적으로 성장했다는 뜻인지요? 글쓴이는 키워서 잡아먹는 식민지 논리를 모를것 같진 않은데.. 어떤면에서 긍정한다는건지요?

    • addr | edit/del BlogIcon 어웅 2014.12.17 19:10 신고

      식민지 근대화론의 요지는 식민지기에 일본이 근대화를 시켜줬다가 아니라, 식민지 시기에 식민지의 형태로 근대화가 진행되었다 라고 보아야 맞을 것입니다. 애초에 식민지 근대화론이라 명명된것도 기존에 우세했던 "자본주의 맹아론"을 반박하는데서 그 시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식민지 근대화론을 물론 일본제국의 선의의 의도가 있었다거나, 결과적으로 잘됐으니 좋은게 좋은거지 라는 가치판단까지 포함하여 사용할수도 있겠지만(이게 현재 식민지 근대화론이라고 불리는 것의 정체라고 봐야 맞겠군요) 저는 그런 의미로 사용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예전에는 낙성대연구소의 경제사학자들도 이 부분을 '오해'로서 꽤나 강조했는데 지금에 와선 자신들이 흑화해서 뻘소리를 내뱉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군요. 요는 식민지 근대화론에서는 일본제국의 '의도'를 보지 않는다는 점이며, 따라서 식민지 형태로 근대화를 겪었다는 것에 동의하는 것이 제국주의 옹호가 아니라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