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건에서 범행의 본질이 여성혐오에 있는가 다른 것에 있는가란 질문은 무의미하다. 두가지 이유가 나올수 있는데, 본질이 여성혐오라는게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에라는 주장이 첫번째. 개별 사건의 성격이 그것으로 인해 발생한 사회현상의 성격을 규정지을수는 없기 때문에가 두번째.

나는 첫번째는 제쳐두고 두번째 이유로 그 질문이 별로 좋은 질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우리가 수사기관을 제치고 그것을 갑론을박하며 따지고 앉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광우병 괴담이 괴담이냐 아니냐는 당시 촛불집회의 성격과 의미를 규정하는데 영향을 줄 수 없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빵이 없으면 케잌을 먹으면 된다고 말했는지 진위여부는 당시 사회현상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못한다.

추모를 누가 주도했는가. 혹은 어떤 불순 집단이 그 행동에 동참하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제기도 무의미한 질문이다.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이 공감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이정도의 참여가 발생한 것이고, 그들이 이걸 자신들의 성과라고 여기고 자화자찬한다고 해도 시민들은 인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유사한 메시지의 반응과 행동에 대해 일부의 불순의도를 집어내겠다는, 순수한 행위와 불순행위를 가려내서 판단해야한다는 생각은 오만한 시도가 되고, 불순한 그들에게 이용당하거나 했다는 식의 해석이 되어 불특정 다수에 대한 폭력이 될수 있다.

이런식으로 문제제기가 되었으면 그것에 대해 어떻게 해야할지를 생각하고 얘기하면 된다. 그나저나 내가 격한 반응을 본게 아니고 담담한 무풍지대에서 지내고 있어서 이런 싸한 글을 쓸수 있는것 같기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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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구체적인 역사인식이나 역사교육 문제에 대해 이제는 별로 하고싶은 말이 없다.

안중근을 아느냐 모르느냐 같은 문제에서 그것도 모르냐고 질책하는 사람부터 그건 결과론이고 근본적으로 역사 취급을 잘했어야한다는둥 꿋꿋이 얘기하지만 이런 분들도 저런 분들도 다른 영역에서는 역사적 접근을 못한다.

정치 사회 문제에서 논객이란 사람들도 오피니언 리더라는 사람들도 5년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금만 생각하면 바로 반박될 말을 거리낌없이 내놓고 많은 이들이 이런 주장에 동조한다.

나는 한동안 왜 사람들이 이렇게 가까운 과거의 일도 기억하지 못하는지, 아니 없는 일처럼 뻔뻔하게 생각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라면 그때랑 지금은 뭐가 다른지, 그때와 지금이 비슷하다면 어떤점이 비슷하고 지금 우리는 어떠해야 할것인지에 대한 (공유할만한) 생각이 없다. 아예 그런 개념의 존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나는 이게 양심, 일관성 같은 윤리의 문제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들은 항상 떳떳하고 당연하다. 이건 무지와 무감각의 문제다.

그런 점에서 양적인 접근으로 해결해서 이 문제를 '잡아야'한다고 생각하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시간표에 역사 시수를 더 늘린다면 안중근을 아는 사람은 조금 늘수도 있다. 사학과에 돈 더 대주면 사학과가 사라지진 않고 우러러볼수는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과연 그게 사회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지는 모르겠다.

사람들이 다들 기억하려 하질 않는데 무엇을 얼마나 가르치고 알아야 하는지 논하는게 무슨 소용일지. 그 문제는 다음 문제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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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과 안철수가 시끌시끌하더니 결국 안철수의 탈당으로 귀결됐다. 인터넷 곳곳에서 이 문제가 핫해서 댓글 보면 성향이 다른 분들이 서로 아웅다웅 논박하기도 하고 그랬다. 안철수 비판하는 쪽 자료 올라오면 또 반박하는 쪽 자료로 댓글이 달리는 식으로.



이번에 안철수가 나가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안철수를 비판했고, 또 민주당에서 문재인을 공격하는 많은 비노 의원들이 폭격당하고 있다. 오유에서는 비노 의원 계파 식별 리스트 자료까지 만들었다. 크 무슨 과거청산법 반대 국회의원 명단 보는줄 알았네. 나도 성향상 당연히 안철수를 비판하는 게 맞는데 그냥 가만히 있었다. 가만 보니 좀 웃겨서. 아무리 사람이 선 데가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진다지만 이만한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다. 대선이 아직 2년이나 남아서 다행히(?) 코미디로 보였을지도. 


안철수가 하는 발언, 지향하는 개념, 원하는 조건 모두 과거의 문재인이 했던 것들이라는것이 이번 논란에서 빠져있는게 너무 신기했다. 안철수를 지지하는 쪽이야 시계추가 2012년부터면 잘 모를수도 있지만 문재인을 옹호하는 쪽이 그 얘기를 안하는게, 아니 안하는게 아니라 순수하게 기억을 못한다는게 신기했다. 


알다시피 문재인의 '민주통합당'이 안철수와 합쳐져 새정치민주연합이 되는 큰 통합이 있기 전에 문재인이 '민주통합당'에 들어간 작은 통합이 있었다. 문성근이 백만민란이니 국민의명령이니 과거 노사모 성향의 사람들 규합해서 정치세력화 시도하고 거기에 혁신과 통합이라는 괴상한 이름으로 된 단체에 친노 정치인들이 모두 모여서 손학규의 민주당과 합친 것 말이다. 이 과정에서 혁신과 통합이 주장했던게 다 안철수가 지금 주장하고 있는 논리와 개념이다. 그리고 문재인이 당적을 얻고 민주당의 대선후보 되고 나서 안철수한테 말한다. "정당대 정당으로 통합하는게 좋겠다. 안철수는 정당정치를 존중해야" 


이번에 문재인이 안철수에게 강경하게 하지 않고 이리저리 돌리는 미지근한 태도로 나오니까 문재인이 보살 아니냔다. 나는 그 미지근한게 문재인이 그나마 최소한의 인간적 양심이 있어서라는 생각이 든다. 뽕맞은 열성 지지자들과는 달리 본인은 자기가 했던 발언과 행동을 더 잘 알고 있을테니까. 이제와서 자기가 과거 민주당에 했던걸 똑같이 당하고 있으니 대놓고 강경하게는 못하고 갑갑하겠지. 그래서 아이러니했다. 


아무튼 이 '집단적 망각'이 너무 맘에 안들어서 나이롱 야권 지지자로서 이렇게 졸렬한 글을 쓴다. 정치인 당사자들은 그런척 할수 있지만 야권 지지자 그 누구도 이 얘기를 꺼내지 않는게 짜증스러웠다. 문재인은 이번에 안철수의 뗑깡에서 자신과 자신의 당을 지킨게 아니다. '과거의 문재인'을 극복한거지. 내가 나를 이긴것이다. 안철수도 그의 말처럼 문재인의 구태어린 고집과 버티기를 이기지 못하고 쫓겨난게 아니다. 조직 없이 여론조사 쪼가리 가지고는 힘을 실체화할수 없다는 걸 알고 당을 만들게 됐으니 자신을 극복한 승리자다. 내가 나를 이긴것이다. 패배는 그럼 누가 했느냐? 5년 전 문재인과 친노를 받아주고 지금은 사지절단되서 폐족되어 살아가고 있는 손학규와, 당에 남아서 지금까지 진 선거에 대한 책임을 한번이라도 지라는 상식적인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이유로 네티즌에게 맹폭격과 상욕을 듣고 있는 김한길이지.





다섯줄 요약

 

2008년 : 손학규가 민주당 대표가 되자 친노 의원 대거 탈당 

2011년 : 갑자기 국민의 명령이라며 어중이떠중이 몰고 나타나서 손학규 털고 민주당 장악 

2012년 : 문재인, 안철수한테 "정당정치 존중해야"(근엄엄격진지) 

2015년 : 안철수, 과거 문재인처럼 하려다 못이기고 나감 

결론 : 문재인은 안철수를 이긴게 아니라 '과거의 문재인'을 이겼다. 털린 손학규가 잘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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