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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8.26 광주 정신이 뭔데? (3)


나는 4.19와 6월 항쟁을 제치고, 매번 정치적 수사로 즐겨 인용되는(5월만 되면 흘러넘쳐나는) 광주 정신이라는게 대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그것이 만약 권력에 저항하는 시민의 정신이라면, 왜 하필 그게 헌법에 명시된 4.19가 아닌 광주 정신이라는 이름으로 표상되어야 하는지 질문하겠다.

감히 말하건대, 1980년 5월의 광주가 4.19나 6월 항쟁과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정신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전개양상과 결과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서에서는 4.19, 6월 항쟁과 함께 광주 '민주화운동'이라는 말로 한묶음이 되는 한편 정치가나 사회운동가들은 열심히 '광주 정신'과 '이 투쟁은 광주 정신의 계승' '제 2의 광주'라는 언술을 쏟아내고 있다.

1980년 광주의 '양상'은 마치 4.19나 6월 항쟁과 다를 바 없는 데모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위험성을 지닌 활자와, 그들의 '정신'은 나머지 시민운동의 시민들의 정신과는 질적으로 다른 숭고함으로 추앙받고 있는 언술이 공존하고 있다.

광주의 정신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를테면 부마항쟁 때 군부가 군대로 모든 교통로를 끊고 무단 학살을 벌일 경우 부산/마산 시민들이 그냥 아무 저항도 없이 달게 쳐죽을거라고 상정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광주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전투에 나선것은 당시 상황 하에서 실존적으로 선택할 만한 처사였지 그 정신이 정의롭고 숭고해서가 아니다.

숭고해서 죽은 것이 아니라 죽어서 숭고해진 것이다. 내가 알기로, 광주/전남 지역 사람들은 절대 광주 정신 운운하거나 제2의 광주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오히려 진보인사들의 광주 사건의 지나친 남용과 과소비에 대해 우려한다. 그런데 일부 진보인사들과 운동권들은 광주 사건의 과소비에 대한 광주/전남출신 사람들의 우려를 접하면 오히려 그들을 다그친다. 성역화 하지 말라고, 박제하지 말라고. 

나는 그 사람들이 역설적으로 전두환이 만들어 주었다고 할 수 있는 숭고함을 아직도 고집하는 것이 불쾌하다. 자신들이 선의를 가지고 감히 나서서 소수자와 약자를 돕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닌 '양심적 제3자'인 사람들의 오만함이 불쾌하다. 나 또한 너희들과 같은 피해자라며 수많은 자기들을 위한 투쟁의 서두에 1980년의 광주를 걸고 시작하는 그 인질극이 불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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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웅 트랙백 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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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Fulton 2011.08.26 09:10 신고

    베리 굿.

  2. addr | edit/del | reply 하늘을 나르는 물고기 2012.03.10 12:05

    광주정신은 불의에 항거, 정의에 대한 믿음과 생명에 대한 공유, 남을 배려하는 질서와 인정. 이런거지요. 뭐 대단할 일도 아니지만, 너무 당연한 일. 한건의 사건 사고도 없이, 댓가를 바라지 않은 희생정신. 이런것을 어찌 무시할 수 있을까요. 지금 광주에서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지금은 그럴 수 없을겁니다. 우리가 이제는 도달 할 수 없는 도덕과 정의의 샹그릴라.

    • addr | edit/del 어웅 2013.06.05 10:15

      바보같은 소리군요. 희생정신? 희생하고 싶어 희생정신을 가진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뭉쳤다가 희생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