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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자서전

2013.07.29 16:52 from 책/짧은 리뷰


김대중 자서전 , 삼인출판사, 2010



그의 어린 시절은 일제시대였다. 나는 두가지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그의 어린 시절 대목을 읽었다. 하나는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한 간접자료 측면이었다. 20년대에 태어난 김대중씨와 50년대에 태어난 아버지는 같은 세대는 아니다. 그러나 나의 아버지도 신안의 작은 섬 출신이었고(하의도보다 훨씬 작은), 젊은 시절 홀홀단신으로 목포에서 수학했으며 자수성가하신 분이다. 1930~40년대 신안/목포와 1960년대 신안/목포의 상황이 지금과 같이 차이가 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김대중씨의 어린 시절 회고는 나의 아버지의 어린 시절을 이해하는데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두번째 초점은 일제 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생활상과 삶의 태도였다. 확실히 그 시대를 직접 살아간 이들이 증언하는 것은 나의 추측을 좀더 믿을 만한 추론으로 만들어준다. 창씨개명과 일본어 사용에 대한 강한 반발심이 있었지만, 일본인 교사는 조선 학생과 일본 학생을 차별하지 않았다고 증언하는 대목이라든지 조선인 교사와 일본인 교사의 봉급차이가 불공평하지 않냐고 넌지시 묻자 "돈을 많이 주지 않으면 본토에서 여기까지 올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불평하며 대답했다는 에피소드는 생각할 거리를 준다. 물론 그도 광복 후에는 친일파를 일소했어야 한다고 말하긴 하지만... 나는 결국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 말했던 바는 후대 사람들이 간접적으로 체험한다 할지라도 그 언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본다. 김대중씨의 친일파 청산 대목에 대해서는 그의 사회정의에 대한 진심은 알겠지만 지금 시대에 그 이야기를 꺼내는 이들이 떠올리는 그런 것과는 다를 것이라 나 혼자 타협해본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만 길어진 감이 있는데, 사실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나를 끌어들였기 때문에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그 이후의 일들은 함부로 감상을 남기기 힘들 정도로 텍스트 자체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이후의 청년기의 이야기는 여느 회고록과 비슷하게 유쾌한 부분이 있는 듯 하다. 사업가로서 보냈던 시절이니 호방하고 배포가 큰 부분이 부각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젊은 정치활동가로서의 이야기, 야권 정치가로서 명성을 쌓아가던 시절의 이야기, 첫번째 대선주자였던 시기, 납치사건, 유신 시대 민주투사로서의 길, 5공 시절의 일, 87년 대선의 일, 3당 합당과 92년 대선 등의 일이 1권에 다루어져 있다. 그리고 다시 대통령을 준비하여 삼수 끝에 당선, 대통령을 수행하면서의 일이 2권의 주요 내용이었다. 군데 군데 자신의 당시 상황에 대한 생각을 넣은 부분이 있는데 재미있었다. 단순히 내 말이 맞지? 식이 아니라 이 당시에 이런 부분 때문에 나는 이런 생각을 하였고,  사람의 말이나 주장이 그런 생각에 영향을 주었다거나 추측을 확인시켜 주었다는 식으로 언급하는 것이 글의 질을 높였고 정성스러웠다. 정치인이라는 길은 영민하기도 해야하지만 정말로 치밀하게 참으며 행동해야 하는 것임을 느낀다. 여러 정치인들에 대한 평과 당시 상황에 대해 '나는 이렇게 행동했을 것'이라고 아쉬운 경험을 적은 부분을 볼때마다 '나는 김대중보다는 이 사람(부정적 비교대상)에 더 가까운 사람이구나' 싶다.


2권, 1200페이지 가량을 3주에 띄엄띄엄 걸쳐 읽는 동안 닭 5마리 정도가 희생된 듯 하다. 오늘은 파파이스 3조각이 희생되었다. 최근에 두꺼운 책을 읽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다 읽으니 뿌듯하다. 다만 오늘 막판에 400페이지 가량을 몰아 읽어서 완독이 가능했던게 아닌가 생각하니 마음이 걸린다. 처음 책이 출간된지 얼마 되지 않아 구입했었다. 학생이었던 당시로 치면 책 가격이 만만치 않았지만 일단 가지고 있어야 맞는 책이라고 판단했다. 이 책을 구입했다고 친구에게 말했더니 "살 것 까지 있느냐"고 물어서 "뭐... 읽어보고 가지고 있기 아까우면, 혹은 오랫동안 책을 펼치지 않아 아깝게 되면 부모님(특히 아버지)께 팔면 그만이지" 라고 했었던 기억이 난다.

어릴적 위인전기 시리즈를 강제로 읽은 트라우마가 남아있어, 자서전류의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기억에 남는 자서전이라고는 고등학생때 친구가 보고 있던 민사고 출신 미국명문대학 합격수기 같은 책이랑... 대학 재학 시절에 부모님이 무려 구입해서 부쳐준 홍정욱씨의 <7막7장>이 전부였지. 한때 화제가 되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 반기문 UN 사무총장, 오바마 미국 대통령, 한비야씨의 책들도 읽지 않았다. 다 읽고 나니 책의 두께가 두꺼운 게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의 책의 두께가 얇은 게 이해가 되었다. 인생의 두께만큼 책이 나오는구나 싶다. 한낮인데도 눈물이 나올락 말락하는 울컥하는 대목들이 있었다. 그만큼 글에 힘이 있었고 글이 다루는 상황이 깊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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