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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2014. 9. 27. 09:46 from 책/발췌



인간 실격

저자
다자이 오사무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2-04-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인간 사회의 위선과 잔혹성을 한 개인을 통해 거울처럼 보여준 작...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2012, 민음사


p.93

세상이란 게 도대체 뭘까요. 인간의 복수[각주:1]일까요. 그 세상이란 것의 실체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무조건 강하고 준엄하고 무서운 것이라고만 생각하면서 여태껏 살아왔습니다만, 호리키가 그렇게 말하자 불현듯 "세상이라는 게 사실은 자네 아니야?"라는 말이 혀끝까지 나왔지만 호리키를 화나게 하는 게 싫어서 도로 삼켰습니다.


'그건 세상이 용납하지 않아'

'세상이 아니야. 네가 용서하지 않는 거겠지'

'그런 짓을 하면 세상이 그냥 두지 않아'

'세상이 아니야. 자네겠지'

'이제 곧 세상에서 매장당할거야'

'세상이 아니라 자네가 나를 매장하는 거겠지'

'너는 너 자신의 끔찍함, 기괴함, 악랄함, 능청맞음, 요괴성을 알아라!'


갖가지 말이 가슴속에서 교차했습니다만, 저는 다만 얼굴에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면서 "진땀 나네, 진땀" 하고 웃을 뿐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때 이후로 저는 '세상이란 개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 비슷한 것을 가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p.99


(...) 도시락 통에 먹다 남긴 밥알 세 알. 천만 명이 하루에 세 알 씩만 남겨도 쌀 몇 섬이 없어지는 셈이 된다든가 혹은 하루에 휴지 한 장 절약하기를 ㅊ너만 명이 실천하면 얼마만큼 펄프가 절약된다는 따위의 '과학적 통계' 때문에 제가 지금까지 얼마나 위협을 느끼고, 밥알 한 알 남길 때마다 또 코를 풀 때마다 산더미 같은 쌀과 산더미 같은 펄프를 낭비하는 듯한 착각 때문에 괴로워하고 큰 죄를 짓는 것처럼 어두운 마음을 가져야만 했는지.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과학의 거짓' '통계의 거짓' '수학의 거짓'이며 밥알 세 알을 정말로 모을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곱셈 또는 나눗셈 응용문제라고 쳐도 정말이지 원시적이고 저능한 테마로서 전등을 안 켠 어두운 화장실에서 사람들은 몇 번에 한 번쯤 발을 헛디뎌서 변기 구멍 속으로 떨어질까 혹은 전차 문과 플랫폼 사이의 틈새에 승객 중 몇명이 발을 바뜨릴까 같은 확률을 계산하는 것만큼 황당한 얘기인 것입니다. 그런 일은 정말 있을 듯하지만 제대로 발을 걸치지 못해서 화장실 구멍에 빠져 다쳤다는 얘기는 들은 적도 없고, 그런 가설을 '과학적 사실'이라 배우고 진짜 현실로 받아들여서 두려워하던 어제가지의 저 자신이 애처로워서 웃고 싶어졌을 만큼 저도 세상이라고 하는 것의 실체를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1. 단수, 복수의 복수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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