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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20 고은 선생님 수업 감상문

굵은글씨+기울인글씨가 선생님 강연 내용 정리한 것. 오로지 분량으로 평가하고 내용은 읽지 않는다 했으므로 통일성을 버리고 최대한 주절거린 느낌이다.


우리가 보통 무소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과연 소유 없이 존재할 수 있는가? 나는 소유를 부정적으로 보고 싶지 않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소유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고, 소유함으로써 존재를 확인받는다. 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라고 하여 상대적인 개념으로 제시했지만, 나는 소유와 존재는 연결된 하나라고 믿는다. 가장 숭고한 가치라고 하는 종교나 신앙의 문제도 결국 물질이나 소유의 문제와 관계가 있다. 의지, 욕망, 집착과 같은 것들이 결국 생(生)의 의미가 아닌가?


우리는 소비가 미덕이고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자 살아가는 사회를 살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소유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모순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존재하기 위하여 소유하는 것일까, 소유함으로써 존재하는 것일까? 선생님의 강연 내용은 이 문제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굳이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둘 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존재하기 위하여 소유를 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여긴다. 주체적인 인간상이다. 선생님께서 추천하신 도서 <월든>의 저자(헨리 데이빗 소로우)도 그러한 생각을 실천에 옮긴 사람 중 하나다. <무소유>의 법정 스님도 무소유라는 원칙을 통해서도 우리는 존재의 의미를 잃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 삶은 그렇게 바람직하고 여기고 원하는 방향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의도하지 않은 것이 새로운 의미를 낳기도 하는 경우도 빈번한 것이 우리의 삶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성적으로 인식하지 못한 행동들이 제3자의 입장에서 서술하거나 나중에 곰곰이 돌이켜보면, 그 당시 인지하지 못했을 뿐 나름대로 합리적인 근거에 입각한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것은 단순한 자기 합리화나 인지 부조화와는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소유를 통해 존재하는 인간상도 그와 마찬가지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가 그 이유와 의미를 명확하게 다짐하고 나서야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올 한때 안팎으로 여러 가지 좋지 못한 일을 겪으면서, 상당히 냉소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때가 있었다. 그때 쏘아대듯이 친구에게 내뱉었던 말이, ‘이 세상에 진심이 어디 있어? 다 남들을 자기 생각대로 하려는 것뿐이지’ 였다. 어떻게 보면 허세가 다분한 어린 시절의 말인 양 싶고, 내가 한 말이지만 ‘네가 생각하는 것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란다’ 충고하고자 하는 말이 절로 나올 것 같은 말이다. 실제로 그런 소리도 들었고.

하지만 또 저 말 자체가 아예 틀린 것 같지는 않다. 완전히 맞는 말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일말의 진실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의지와 욕망과 집착 같은 것들이 살아가는 의미를 주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사랑과 헌신의 감정은 어떨까? 물론 그것들까지 남을 자기 뜻대로 하려는 목적의 행동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아무래도 사랑은 고귀한 것일 테니까. 그렇지만 사랑과 헌신의 감정 또한 자신의 존재를 강렬하게 드러내고자 하는 결과를 의도하는 행위임에는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인정받고자 살아가는 존재다. 현대 사회에서 누구나가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욕망’을 저변에 깔고 살아간다. 이것은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사회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대우해주는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은 그 대우를 받고 싶은 욕망이 있고, 매니악한 좁고 가파른 길을 걷고자 하는 이도 그러한 고행에 대해 인정해주는 사람의 인정을 받기 위한 욕망이 있다. 심지어 자신을 타자화하여 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게 현대인이 아닌가?

어느 누가 이 부분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까? 드물게 존재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을 초월한 사람은 이미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과는 거리가 먼 성인(聖人)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 아닐까. 아니면 아무 생각 없는 동물이거나.

그런 점에서, 어떤 것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잃지 않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많은 것을 빠르게 실망하고 포기해 버린다면, 그 사람에게 있어서 더 이상 어떤 삶의 의미가 있을까? 고난과 역경을 겪으며, 실망하고 포기하는 것을 배우며 성숙해 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그 못지않게,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존재의 의미가 사라진 상황에서 갖추어온 성숙과 지혜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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