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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베개

2011.03.11 07:08 from 책/발췌






풀베개

저자
나쓰메 소세키 지음
출판사
책세상 | 2005-04-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1. 일본 근대 문학의 혁신을 꿈꾸다, 나쓰메 소세키 일본 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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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베개, 원제 草枕,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석윤 옮김, 책세상, 2005
 


p.7
산길을 올라가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이지(理知)에 치우치면 모가 난다. 감정에 말려들면 낙오하게 된다. 고집을 부리면 외로워진다. 아무튼 인간 세상은 살기 어렵다.
살기 어려운 것이 심해지면, 살기 쉬운 곳으로 옮기고 싶어진다. 어디로 이사를 해도 살기가 쉽지 않다고 깨달았을 때, 시가 생겨나고 그림이 태어난다.
인간 세상을 만든 것은 신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다. 역시 보통 사람이고 이웃끼리 오고 가는 단지 그런 사람이다. 보통 사람이 만든 인간 세상이 살기어렵다고 해도 옮겨 갈 나라는 없다. 있다고 한다면 사람답지 못한 나라로 갈 수밖에 없다. 사람답지 못한 나라는 인간 세상보다 더 살기 어려울 것이다.
 

 

p.72-75
 
"그 여자 얼굴은 괜찮지만 사실은 좀 돌았다는 뜻이죠"
"왜요?"
"왜라뇨, 손님도. 마을 사람들이 모두 미치광이라고 하는데요."
"그건 잘못 본것 같은데요"
"그렇지만 현재 증거가 있는 걸요. 그만두세요. 위험천만이지요"
"나는 염려 없지만 어떤 증거가 있지요?"
"이상한 얘긴데요. 그럼 천천히 담배라도 피우고 계십시오. 얘기해드릴테니, 머리를 감을까요?"
"머린 됐어요"
"비듬이나 털어드리죠"
 
...
 
"아니, 너무 덜렁거려서 전혀 얘기에 매듭을 못 짓겠는데, 그래서 그 중에 그만 반해가지고......"
"그 중이라니, 어느 중 말이요?"
"관해사에서 사무를 보던 중이......"
"사무 보는 중이건 주지건, 중은 아직 한 사람도 안나왔는데"
"그래요? 성미가 급해서 안된다니까. 제법 멋지게 생긴, 바람깨나 피울 듯한 중이었지만, 그놈이 글쎄 그 여자한테 반해가지고 편지를 했다지 뭡니까. 아니 잠깐만요. 말로 했던가? 아니야, 편지야, 편지가 틀림없어. 그러자, 이렇게, 어쩐지 얘기가 좀 이상한데. 아, 그렇지. 역시 그래. 그랬더니 그녀석이 깜짝 놀라 가지고...."
"누가 놀랐다는 거요?"
"여자죠."
"여자가 편지를 받고 놀랐다는 거지요?"
"그런데 놀랄 만한 여자라면 귀여운 구석이라도 있지만 말입니다. 놀랄 것 같지도 없지요."
"그럼 누가 놀랐다는 얘기요?"
"말한 쪽이죠."
"말하지 않았다면서요?"
"에이 답답해! 잘못됐어요. 편지를 받고 말이죠"
"그럼 역시 여자겠군요"
"아니죠. 남자죠"
"남자라면 그 중이겠지요?"
"예, 그 중입니다."
"중이 어째서 놀랐다는 거죠?"
"어째서라뇨? 본당에서 주지 스님하고 경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그 여자가 뛰어 들어와서, 으흐흐흐, 아무래도 돌았어요."
"어떻게 해서요?"
"그렇게 귀여우면 부처님 앞에서 같이 자자고, 다짜고짜 다이안 씨의 목에 매달렸지 뭡니까"
"그래요?"
"당황한 건 다이안이죠. 미치광이한테 편지질을 했다가 그런 창피를 당하고 말이죠. 그만 그날 밤 몰래 도망쳐서 죽어버리고...."
"죽었어요?"
"죽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살아 있을 순 없잖아요?"
"그건 알 수 없지요"
"그도 그렇군요. 상대가 미치광이라면 죽어도 신통할건 없으니까 어쩌면 살아 있을지도 모르지요"
"엄청 재미있는 얘기다"
 


p. 148-149
 
세상은 집요하고, 혹독하고, 자질구레하고, 게다가 뻔뻔스럽고, 싫은 놈들로 꽉 차있다. 애초에 무엇 때문에 세상에 얼굴을 내놓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녀석도 있다. 속세의 바람을 맞는 면적이 많은 것이 무슨 명예인 것처럼 알고 있다. 오년이나 십년을 사람의 엉덩이에 탐정을 붙여서 사람이 뀌는 방귀를 계산하고 그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고는 남 앞에 나와서 너는 방귀를 몇번 뀌었다, 몇번 뀌었다 하며, 부탁하지도 않은 일을 가르쳐준다. 면전에 대고 말한다면, 그것도 참고로 해서 들을 수 있지만, 뒤에다 대고 너는 방귀를 몇번 뀌었다, 몇번 뀌었다 한다. 시끄럽다고 하면 더 한다. 그만하라고 하면 더 한다. 알았다고 해도 방귀를 몇번 뀌었다, 뀌었다 한다. 그러고는 그것이 처세하는 방침이라고 한다. 방침은 사람마다 제멋대로다. 다만 뀌었다 뀌었다 떠들지 말고 말없이 방침을 세우면 된다. 남에게 방해가 되는 방침은 그만두는 것이 예의다. 다른 사람의 방해가 되지 않으면 방침이 서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이쪽에서도 방귀를 뀌는 것을, 이쪽의 방침으로 삼을 뿐이다. 그렇게 되면 일본도 운이 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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