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의 자유의 역사, 존.B.베리 지음, 박홍규 옮김, 바오출판사, 2005



책 자체는 괜찮은 책이었다. 자유를 억압하는 논리가(주로 중세 기독교) 서유럽을 어느 수준으로 지배하고 있었고 그것을 어떤 사람들이 어떤 논리로 각각 극복하고자 주장해왔는가를 비교적 자세히 다루고 있다. 


다만 20세기 초반에 지어진 책이라 그런지 극초반의 그리스 시대를 제외하고는 상당수가 서유럽의 기독교 극복 역사에 치우쳐져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역자 머리말에서도 언급되었다시피 시대가 시대이다보니 이성과 합리주의에 다소 강한 확신을 가진것 같다는 평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편협하고 더 상투적인 내용으로 일축해버리는 역자 해설은 역자 스스로 머리말에서 배려한 100년 전 원저자와 본문이 아닌 이책의 진짜 약점이 되어버렸다


사실 이 시대의 독자라면 <사상의 자유의 역사>라는 제목을 봤을때는 '민주주의의 한계'라든지,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전제 자체를 위협하는 사상이 존재한다면 그것의 기준은 무엇이고 자유의 제한선이 있다면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가' 같은 테마에 대한 힌트를 원하면서 책을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1914년에 처음 나온 책이고, 그로부터 불과 20여년 전만해도 신성모독죄로 인한 재판이 살아있던 시절이니 그 이후의 내용에 대해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심지어 1914년이면 러시아 혁명조차 일어나기 전이다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100년의 시간을 더 관찰해온 역자가 보충을 해줬어야 하는데, 인권법 전공자라 그런지 정치사상쪽에 취약해서 그런지 한국사회에 대해서는 너무나 평균적인 고정관념을 지닌채로 너무나 진보 운동권 같은 "한국사회에 주는 시사점"같은 말로만 일관해서 질려버리고 말았다. 번역한 시대 자체가 2005년이니, 아직 반공주의와 싸우는 시민단체 프레임이 유효할 때였긴 하지만. 해설에서 역자는 사상의 자유에 대해서 고정관념을 깨는 교육이 중요하다면서도, 1)조선사에 대해서는 교조주의적 당파싸움이라는 한마디로 단순 악으로 규정해 버리고, 2)세계에서 가장 세속적인 종교관을 가진 한국을 두고서 '이땅의 종교는 유독 교조주의적'이라 언급하며, 3)반공-독재옹호-극우라는 전형적인 프레임을 만들어 인적 청산을 운운하니 이쯤 되면 읽는 사람이 힘이 빠진다.


 

뭐... 이런 20-21세기적 테마에 대한 아쉬움에 대해서는 미국의 역사를 다룬 책을 보는게 낫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 읽었던 <세상을 바꾼 법정>이란 책은 미국의 주요 역사적 판결을 다룬 책인데, 여기 실린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챕터가 그런 아쉬운 부분을 보충해주는 읽을 거리를 제공하지 않나 싶었다. 또 이런 역사교양서보다는 민주주의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정치사상쪽 교양서적을 보는게 도움이 될것이다.


아무튼 중세 기독교가 어떤 식으로 자신들의 논리를 무장하는 한편 공격적으로 탄압해왔고, 그에 대항하는 사람들이 시대별로 어떤 식의 문장(논리)로 비판했는지 각자의 저서에 담긴 문구나 에피소드의 인용을 통해 구체적으로 알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이시절의 철학/신학 관련 테마는 당대의 어지간한 지식인이라면 모두 한마디씩 얹는 분야이니 언급되는 등장인물의 면면도 화려해서 거장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달린 주석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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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이지만, 정치적 올바름을 잘 갖추고자 노력하신 이과 전공자분들 중에 "여성혐오가 존재하는건 사실이고 - 메갈/워마드/트위터 페미니스트 걔네 말이 틀린말은 아니지 않느냐"는 로직으로 간단하게 결론내고 자꾸 흡수-재생산하고 한남 같은 단어도 헬조선처럼 자조적으로 직접 쓰시는 남자분들이 꽤 있던데 참 보기 힘들었다고 지인에게 토로한 적이 있다.


솔직히 이 의구심이 지금도 별로 사라지진 않았다. 내 주변에도 이공계가 더 이런다. 엊그제 "지금 박근혜-최순실 욕하는 주장 99%가 여자라서 욕하는 거 아니냐"는 개소리를 페이스북 '헬조선 번역기' 페이지가 어그로로 취급했더니, '바람계곡의 페미니즘' 페이지가 또 나서서 99%라는 표현은 쏙 빼놓고 언급하지 않고 "암탉 드립등 여자라서 욕하는 표현이 있는건 사실 아니냐" 루트로 단일결론 내놓고는 '헬조선 번역기' 페이지 운영자를 '진보ㅆㅊ'이다는 식으로 폭격중이더라. 


그리고 그걸 이공계 친구가 공유해놨길래 짜증이 나서... 아, 어쩌면 얘네가 인문사회과학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에 문제가 있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인문사회과학은 인간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통계수치로만 들이대선 안되겠고 수많은 것중에 예외적 하나에 불과한 케이스도 당사자에겐 전체의 문제로 다가오는 것이니까 그 자체로 특수성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할수도 있다. 그런 서사의 역할을 하는 쪽이 사회과학과 대비되는 인문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반대로 인문과학이 과학이 되기 위해서는 과학적 방법론에 의해 어느정도의 보편성을 갖추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근데 이분들은 자기들은 그렇게 과학적 방법론으로 공부해놓은 주제에 인문학 전공자들이 뇌내망상해서 그걸 막 일반화해서 팩트로 만들고 있는 것들을 방관하거나 문제의식을 못느낀다. 사회과학 전공자들이 시비걸면 (실수한 뇌내망상자들이 말하는 것과 똑같이) 너도 한남충이지 오타쿠지 정도로 결론내기 일쑤고. 그래서 이제는 그자들이 "문과는 이래야한다"는 오리엔탈리즘의 사고방식이 있는게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다. 뇌내망상 서사가 인문과학의 본질이라 여기는 것인지 그런 개소리에는 존경과 지지를 보내고, 직관이나 내뇌망상에 의존하지 않고 통계나 자료에 근거하려는 시도가 보이면 욕한다. 어? 기준 정해놓고 자기한테 맞으면 지지하고 벗어나면 욕하고... 이거 어디서 본 개념 설명 아닌가? 바로 그자들이 그렇게 평소에 부르짖던 미소지니의 원리다. 


좀 짜증이 난다. 소위 개발자라는 사람들, 탈조선이 쉬운 이공계 엘리트에 속한 사람들이 이런 함정에 너무 얽혀드는걸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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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작성일 16.5.1


대학교 다니려고 상경하고 나서 몇년 지나고 느낀게 있었습니다. 서울 사람들은 지방을 너무 모른다는 거였죠. 압구정 영등포 지명만 알고 그게 강남인지 강북인지도 몰랐던 저야, 살면서 할수없이 서울에 대해 알게 된거다 쳐도 그럴 필요도 가능성도 없는 사람에게는 낯선 지방에 대한 정보가 가치가 있을리가 없긴 했습니다. 비록 평생 서울을 가지 않을 삼남지방 토박이도 매일아침마다 뉴스로 원효대교가 막히는지 안막히는지 서울의 출근길 교통정보를 강제로 들어야만 하지만요.  


저는 이 문제의식을 하나의 문화적 혹은 사회적인 부분에서만 생각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그당시 꾸준히 궁금했던건 왜 사람들이 집값이 비싸다면서, 평생 부동산의 수혜를 받을수도 없으면서 수도권을 뜨지 않을까 였습니다. 극단적으로 독일차 한대 값이면 지방에선 아파트에서 사는데. 어쩌면 서울을 나가면 지는거라는 의식 때문은 아닐까? 같은 곱지 않은 의심을 했었죠. 시간이 지나서 인맥의 문제, 아는 사람이 서울에 있으니까 그렇겠구나 했고, 더 나중에야 수도권 밖에는 일자리가 없다는걸 알았죠. 


개인적으로 이사를 자주 다녔고, 매사 적극적이거나 사교적인 성격은 못되지만, 아니 오히려 그 반대지만 어디 딴데 가서 산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덜합니다. 대한민국 멀어봤자 비행기탈것도 아니고 버스 기차타면 금방아닙니까. 게다가 지방출신은 어차피 대학때문이라도 1번 이상 활동무대를 옮겨야하니까요. 그런점에서 서울에서 평생 나고 자란 사람은 타지에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공포가 과하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하다못해 인천이나 위성도시 가는것도 큰 결단이 필요해 보일때가 있더군요. 근데 그 공포가 과한걸 과하다고 감히 말할수가 없는 것이, 객관적으로도 서울이 더 나으니까요. 개개인이 놓인 상황을 제하더라도 일단 지방으로 가면 젊은이가 없고, 편의시설이 없고, 대중교통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좋은 일자리라는 혁신도시 공기업에 취업해도 많은 이들이 다시 돌아갑니다. 


근데 최근들어 이게 사회문제나 개인의 경제문제가 아니라 정치문제가 되더라는걸 느꼈습니다. 2010년 지방선거 이후에 청년층의 투표율이 올라가면서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아졌고, 그중에 제 눈에 띈게 지방에서의 몰표에 대한 혐오인식이었습니다.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한다는 안경을 끼신 분들은 몰표라고 까고, 지역이슈에 대한 결벽증이 있는 분들은 지역이기주의라고 까고... 과정이나 근거가 문제가 아니라 결과가 문제가 되더군요. 그때도 이건 좀 그런데 싶었지만 이번 총선에서 호남가지고 터진걸 보니 문제가 좀 심각한거 같아요. 지역주의는 한국정치만의 망국병이라는 서사를 만들어낸 것은 2000년대의 특정 정치집단이었죠. 세상에 땅따먹기 안하는 선거가 없다는 진실, 미국 대선을 저보다 훨씬 많이 접하고 보셨을 분들이 그런 거짓신화를 퍼뜨리고 지금도 굳게 믿고 있다는게 짜증이 나지만 이것과 근래 성토되는 시골의 전근대성의 발견 서사가 합쳐지니까 좀 위험해졌습니다. 


근래에 트위터에서 귀농하지마라 농촌의 실태 뭐 이런게 퍼져서 페이스북에도 옮겨온 적이 있었습니다. 현상적으로는 다 맞는 말이고, 사실 지방출신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고(그게 싫어서 의식적으로 지방을 뜨고 돌아가지 않는 사람도 꽤 있죠) 평소에도 얘기해오던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갑자기 에베레스트를 발견한 것처럼 "놀라워진"거에요. 거기에 이번 선거 결과가 붙으니 난리가 난거죠. 농촌의 실태 그 자체에 대해 얘기하자면 결국 시골의 정이나 그런 정서는 시골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주장한게 아닙니다. 하나도 내세울게 없으니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하는 수준이죠. 오히려 시골 출신으로 상경한 50-60대 전후세대들이 갖는 환상이 기원이죠. 지금은 본인이 서울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그 사람들이 만든 환상을 가지고 진퉁 서울 사람인 자녀들이 반박하며 성토를 하고 있는 겁니다. 


시골의 전근대성. 이건 저개발이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예시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최저임금 문제에서 근래에 자주 나오는 얘기가 금액의 인상도 인상이지만 지방에서의 최저임금 준수 문제입니다. 지방에선 지키는 케이스가 오히려 일반적이지 않을 정도죠. 만약 이걸 가지고 준법정신이나 덜 배운 사람 취급하면 어떨까요? 지역의 구매력이 그정도로 수도권과 차이가 나 있는거죠. 그 상황에서는 그냥 미개하다고만 하고 넘어갈수는 없다는 겁니다. 오히려 타개하기 위해서 투자가 필요하겠네요. 행정력을 동원해야겠죠. 이런 투자는 최저임금이 아니더라도 다른 문제에서도 필요하겠죠. 그런데 그런 생각조차 지역이기주의라고 하는 겁니다. 


여튼 서글플 사이도 없이 좀 기가막히더군요. 차라리 개발격차의 역사가 한 100년 됐으면 모르겠습니다. 불과 3-40년 차이로, 지금도 수도권 사는 노인들이라고 지방 사는 노인들과 정서가 큰 차이가 나는가 생각하면 아니거든요. 그 3-40년간 근대화 도시화를 거치면서 소위 미개한 인식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이 공개된 장소에서 밖으로 발현되지 못하는 구조를 구축했느냐 못했느냐의 차이인거죠. 이런 역사적 맥락에 대한 고민도 없이 지방주민들의 지역발전의 욕망에 대해서는 인구비례와 효율성 논리로 윤리적 비난을 가하고, 낮은 단계의 근대화로 발생한 현상에 대해서는 미개하다고 열심히 성토합니다. 더 나아가선 어치피 인구재생산이 안될테니 소멸하도록 포기하는게 맞다고 생각(주장)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긴 모 당 수도권 지지자들이 "잘됐다. 호남 버리고 전국정당 가자!"는 식의 얘기가 정당의 노선이 아니라 정부정책의 방향으로 다루면 딱 그 얘기기도 하죠. 


아무튼 이번 선거를 거치면서 그런 순수한 폭력성을 지닌 사람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머릿수도 많으니 자신있게 그 목소리를 내세우는 것도 보게 되었습니다. 전주 출신인 제 지인은 끊임없이 민주당의 지금까지의 실패와 배신에 대해 얘기했지만 그건 관심없고 그냥 문재인이 부산사람이고 김종인이 국보위라 그 사람들이 싫어할 것이다로 통설 내려놓고 망상중이더군요. 잘 모르면 들어야 할텐데 오히려 자기들이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하고 가르치려듭니다. 화가 나더군요. 압축적 근대화와 개발격차의 역사적 맥락을 알만한 이촌향도 세대의 의식적인 망각과, 서울에서 자고 나라 열심히 젠더문제 인권문제를 말하고 있는 분들의 의도적인 외면이.  


솔직히 새누리당이 특권층을 위한 당이다 뭐다 하는데 그래도 강원 충북 영남에 기반이 있어서 이명박 이후로는 대놓고 그런 의도가 있다는 티는 안냈어요. 서울시장으로 압도적으로 대통령된 이명박조차도 형이 지역구 국회의원이라 그 색이 덜했구요. 근데 더민주가 이렇게 하향식도 아니고 상향식으로 수도권 몰빵으로 가겠다는 티를 낸다면 고민할 사람 많이 생길겁니다. 관습헌법느님 덕분에 지역균형정책의 큰그림이 좌절된 이후에 서울에 안 붙으면 지금까지 시혜성으로 주던것도 주지 않겠다는 식의 으름장이 되버리는거죠. 세대투표에서만 인구구조의 문제가 영향력을 주는게 아닙니다. 전국민의 과반수가 (지역색이 없다고 믿는)서울 사람인 시대에서 어떤 치유될수 없을 갈등이 벌어질지 벌써부터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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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2016.12.10 23:22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