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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4.16 세월호 1주기
  2. 2014.04.20 재난 대비는 시스템이 아니라 문화의 문제

세월호 1주기

2015.04.16 19:08 from 내 글/중문


부대 상황실을 맡은지 한 달째, 연신 날아오는 취지와 목적을 알수없는 쓸데없는 전화에 짜증을 내던 중위 2년차 봄날이었다. 여객선 좌초 소식이 YTN 속보로 보도되었고 20분쯤 뒤에 여단장(참모장) 지시로 전 부대의 휴가자에게 연락하여 본인 혹은 그 가족 중에 탑승자가 있는지 확인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설령 제주도가 집인 병사가 휴가 가는데 저가항공 두고 무슨 배를 타겠냐며 짜증을 내며 부랴부랴 휴가자 30여명의 명단을 받아냈다. 그날따라 무슨 휴가자가 그리 많았던지...


본인 핸드폰은 가망이 없어 부모님 핸드폰으로 전화를 시도했지만 모르는 번호로 오는 전화를 곱게 받아줄 리 없는 세상이다. 궁여지책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답신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11시쯤부터 몇명 남았냐고 상황실장이 독촉하기 시작했다. YTN에서는 300여명 구조 보도가 나왔다. 12시 반이 되어서야 일때문에 못봤다는 마지막 어머님의 답신이 돌아왔다. 그날 오전의 해프닝은 '3여단 전원 이상없음'으로 종결되었고 나는 "하여간 호들갑들은..." 하고 혀를 차며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돌아오니 "300여명 구조 보도는 오보"라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community/325/list?bbsId=G005&pageIndex=1&searchKey=userid&searchValue=85zig4l4lkQ0&searchName=%ED%95%98%EB%A3%A8%EC%B9%B4%EC%94%A8&itemId=143&itemGroupId&platformId


루리웹 눈팅한 것은 최근이다. 그전까지의 루리웹은 무슨 이야기를 어떤 느낌으로 하는 곳인지는 알지만 굳이 들어가지는 않는, 내게는 디씨나 여시와 같은 존재였다. 사고와 관련된 루리웹 유저의 이야기를 기사로 읽었기 때문에 찾아 들어가 보았다. 6000개의 댓글을 하나씩 하나씩 읽었다. 덕지덕지 붙어있는 댓글들... 살아남기 위해 철판을 긁어댄 누군가의 손톱자국처럼, 한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보겠다는 수백명의 댓글들이 눈에 따갑게 박힌다.


평소에도 수없이 티를 내었듯이, 현재 우리 사회에 있는 문제들의 원인을 편리하게 1940년대로 돌리며, 친일청산과 민족정기 확립실패가 본질이라는 식의 주장을 굉장히 싫어한다. 나도 조금 편해지려고 '친일청산'이란 단어는 '강단사학' '주류 경제학'과 같이 묶어 거름종이로 삼고 있다. 때문에,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를 보자는 주장에 대해서 동의하는 편이다. 그것이 설령 어떤 배경과 목적을 지닌 발화건 간에, 말벌떼가 날아들 것을 알지만 포기하지 못하는 어떤 달콤한 것처럼 쥐고 있었던 명제였다.


그런데 과거사 얘기 나올때마다 논의를 거부하고 준엄하게 현재와 미래를 강조하는 사람들이, 오늘에서야 1.00년이 된 사건을 과거 문제로 밀어내려는 시도를 보니 너무나도 참담하다. 지금까지 나는 순진하고 순수한 위선과 악을 경계하고 경멸했는데, 이토록 악랄하고 악랄한 악랄함은 어떻게 대해야하는 건지. 어떻게 이게 덮어두고 나아가야 하는 과거 문제가 되는 것일까. 내가 말하는 것과 같은 말을 하는 자들이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슬프다.


비가 오고 바람도 불었다. 좋은 일이 있어서 술자리가 있었다. 자리에선 억지로 웃으면서 참고 마셨는데 파하고 나서 걷다보니 차라리 이런 날엔 술을 마시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스물 아홉. 이제는 '어르신들이 문제야 문제'라고 담담하게 말할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이토록 무력할 수가 있는 걸까. 내년 이맘때쯤에는 이런 감정으로 글을 쓰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4.19와 현충일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놀면서 '그때 그 사람들이 바라는 모습이 바로 이렇게 우리가 즐겁게 사는 모습이야'라고 뻔뻔하고 떳떳하게 생각하고 싶다. 그런 날이 2년, 5년, 10년째에는 올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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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만 하면 쉽게 씹을수 있는게 정부 및 공직자들이지만, 그들에 대해서는 뭔가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럴리가. 다 우리 주변에 있는 월급받고 일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근데 정부의 무능함에 대해 말하기 전에 우리가 평소에 비상시를 대비한 어떠한 조직의 필요성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해본적이 있는가? 평시에도 비상시를 위한 준비만을 하는 그런 조직. 지금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것은 당연한거 아닌가. 다들 평소에 기본업무에 치여있는 사람들인데. '경험'으로 땜빵하던 관례에서 그나마의 경험도 이번 정부의 조직개편땜에 다 날라가버린 구조라고 들었는데. 


일개 식당 서빙 알바조차 손님 없어도 쉬는 꼴을 못보고 쓸데없이 서있어야 하거나 본임무도 아닌 청소를 시키는 문화에서, 평소에 업무에 치여 죽지 않으면 다 놀고 먹는다고 말하는 문화에서 어떻게 갑자기 능숙한 비상시 대처능력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단 말인가. 매뉴얼? 모르는 소리 말기를. 우리나라 공직자들 매뉴얼 졸라 잘만들어. 


수많은 교범과 매트릭스가 있어도 그걸 써보는 훈련을 할 시간도 없고, 비상시만을 대비한 전문조직을 키우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게 왜 필요한지 이해하는 문화도 없고. 이제 결말은 둘 중 하나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대통령을 비롯한 윗선에서 "철저 강조" 지시나 문서 내리면 실무자들 납작 엎드려 개쪼이다가 몇달 뒤에 아무일없다는듯 풀어주거나, 그나마 머리가 조금 돌아가서 비상시 대책을 주임무로 하는 상설 기구를 만들었다가 몇년뒤 먹고 논다고 잡업무 투입시키다가 돈먹는 하마소리듣고 축소 폐지되거나. 


산소 투입이 어제 밤에 되나 오늘 아침에 되나 이런게 중요한게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을 말할 때가 와도 그 손가락은 아무도 보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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